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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나희덕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6년, 대한민국 충청남도 논산 (물병자리)

직업:시인 대학교수

기타:연세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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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매일,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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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김기석 목사가 쓴 훌륭한 책들이 많지만, 이 책 『고백의 언어들』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목회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그동안 하나님과 동행한 시간을 돌아보며 그 여정을 고백의 형식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청년 시절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듣고 어머니를 따라 교회에 첫발을 들여놓았던 기억에서 시작된다. 청년의 그 절망과 갈망이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을 향하여’ 걸어오는 동안 어떻게 넓어지고 깊어졌는지를 저자는 진솔하게 들려준다. 그것은 한 개인의 여정이자, 하나님의 섭리가 역사적이고 우주적 차원에서 전개되어 온 과정이기도 하다. 김기석 목사의 글을 읽으며 늘 감탄하는 것은 성경의 언어에 다양한 시와 소설, 신학과 철학과 미술의 언어를 함께 짜 넣으며 다양한 해석의 지평을 열어 준다는 점이다. 그것은 ‘신학의 인간화’가 아니라, ‘주름 잡힌 텍스트’인 성경을 통해 진리의 모호성과 입체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덕분에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성경 속 인물이나 이야기도 새롭게 보이고 오래 되새김질하게 된다. 성경의 인물들을 거울로 삼아 현대를 살아가는 신앙인으로서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이 책은 격려한다. 본회퍼의 말처럼 “지금 우리는 고백의 상황 속에” 있지만, 누구도 자기 실존의 부끄러움을 정직하게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시대의 어둠을 향해 눈을 돌리거나 걸어 들어가는 사람도 많지 않다. 김기석 목사가 늘 강조하는 ‘타자에 대한 존중과 책임’, ‘환대의 윤리’, ‘자비의 정치학’의 실현은 요원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신앙이란 개념적 사변이 아니라 체험적 사건임을, 배타적 확신보다는 흔들리는 실존의 위기와 질문들에 깃든다는 사실을 뜨겁게 경험했다. “인간이 당신에 대하여 말할 때 무엇을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4세기가 끝나갈 무렵 성 어거스틴의 이 고백과 탄식은 오늘 우리의 것이기도 하다. 이 한계에 대한 무릎 꿇음에서 ‘일상의 성화’는 시작되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성 어거스틴의 『고백록』에 비견할 만한 또 하나의 고백록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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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언제까지나 피가 뜨거운 청년일 것 같던 이재무 시인도 어느덧 이순耳順을 지나 귀가 순해지고 눈이 너그러워진 것일까. 시인은 “소소한 기쁨의 알겯는 소리”(「알겯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현관에 “어지럽게 널브러진 신발들”의 “환한 숨소리”(「신발들」)를 들으며 식구의 뒤집어진 신발 한 짝을 바로잡아 준다. 또한, 가만히 눈을 감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다 간”(「산책 속으로」) 시인들을 추억하거나, 고향집과 부모님을 떠올리며 “고향도 나와 더불어 늙어”(「고향」) 간다고 말한다. “산천도 인걸도 의구하지 않다”(「강화 일기 4」)고 말하는 시인에게 그리운 것들은 늘 멀리 있다. 오랜 “생활의 협착”(「협착증」)에서 벗어나 강화의 고즈넉한 자연 속에서 지내는 시인에게 ‘고독’은 새로운 능력이 되어 가고 있다. 허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내면을 응시하기도 하고, 사물이나 타자의 시선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러는 동안 생의 근원과 과거를 돌아보던 시인의 시선은 이제 “저 먼 곳, 아득한,/ 시작도 끝도 없는 우주의 침묵”(「멀리 보다」)을 향해 있다. 구원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아침 산책로에서 걸어다니는 별들”(「사람과 별」)을 만나거나 “마음이 을씨년스러운 날 뜨락에 앉아 볕을” 쬐는 “달콤한 충만”(「구원」)에 이미 깃들어 있다. “길 잃은 바람이나/ 들렀다 가는/ 적막 한 채”(「적막 한 채」). 고독한 산책자의 지복至福은 이렇게 가난하고도 풍요롭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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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노동과 자본, 기계와 인간 등을 둘러싼 집중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시편들로, 체험의 구체성과 핍진한 묘사가 돋보였다. 그리고 이전의 노동시와는 사뭇 다른 노동의 양태와 발랄하고 자유로운 화법이 새롭게 느껴졌다. 이렇게 노동의 물질적 차원과 정신적 차원을 아우르며 공동체의 미래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시집의 전체적 짜임새도 탄탄한 편이다. 이 시대의 노동은 더 이상 온전하지도 건강하지도 않다. 그의 시들 역시 온통 깨지고 녹아내리고 굴러떨어지는 존재의 비명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비명과 소음을 건져 올리는 시인의 시선과 목소리에는 세계의 본질을 향해 직진하면서 생겨난 속도감과 간결한 힘이 느껴진다. 21세기 노동의 현주소를 치열하게 증언하는 한 권의 시집을 만났다는 것은 선자들에게도 참 반갑고 보람 있는 일이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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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김경윤 시인을 생각하면 ‘여여(如如)’라는 말이 떠오른다. 늘 한결같고 속되지 않은 마음을 지닌 사람, 어떤 꾸밈도 과장도 없이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는 사람. 불가에서는 우주의 진리를 깨우친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이번 시집에는 차마 내색할 수도 없는 깊은 슬픔이 곳곳에 박혀 있다. “황망하게 하늘로 떠난 아들을 가슴에 묻고” 바닷가 외딴집에서 캄캄한 바다를 바라보며 그가 견뎠을 시간이 젖은 모래알처럼 먹먹하다. “정처 없이 찾아간 몽골”에서도 ‘나’는 “황막한 모래바람 속을” “눈물 머금은 낙타처럼” 걷고 있다. 이렇게 “생의 고비”를 건너며 애도의 나날을 보내는 동안 시인은 “선방의 묵언 수행자처럼” 모래의 경전을 읽고 바다의 노래를 필사했다. 늙은 비파나무와 팽나무 그늘 아래서 슬픔을 달래며 허기진 고양이나 새끼 잃은 낙타에게 마음을 내어 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는 얼굴을 본 적도 없고 이름을 부른 적도 없지만 삼라만상 속에 깃들어 있는 ‘당신’의 얼굴을 마침내 발견하게 된다. ‘당신’에 대한 지극한 연민과 사랑은 시집 후반부에서 여순사건이나 제주 4·3, 광주 5·18 등으로 무고하게 죽어 간 원혼들에 대한 애도로 이어진다. 이처럼 개인적 슬픔을 역사적 차원으로 확장하고 우주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김경윤의 시들은 슬픔으로 빚어진 “인다라의 구슬”처럼 고요히 빛나고 있다. 글썽거리는 눈동자 속에서 서로를 비추는 만물들, 이 또한 그가 달마의 슬하에서 길어낸 여여(如如)의 경지가 아닌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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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죽은 자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일종의 ‘무대’와도 같다. 다양한 화자가 등장하고 대부분의 시들이 대화체로 되어 있는 것도 그래서이다. 대화의 상대는 대체로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들, “어머니와 아버지, 갓난쟁이 언니”다. 루이즈 글릭이 고등학교 때부터 거식증과 우울증을 앓았고 7년 동안 정신분석을 받았다는 사실은 두루 알려져 있다. 갓난쟁이 언니가 죽고 자신이 태어났다는 죄책감, 어머니와의 불화와 트라우마, 아버지의 죽음과 전소된 집에 대한 상실감 등이 시편 곳곳에 나타난다. 이런 시인에게 고통스러운 기억을 대면하고 망자들과 만나는 일은 뒤늦은 화해와 애도의 과정이자 자기 치유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6.
  • 사물어 사전 
  • 홍일표 (지은이) | 작가 | 2022년 7월
  • 13,000원 → 11,700 (10%할인), 마일리지 650원 (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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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자기만의 사전을 만드는 사람이다. 한 단어도 세상의 관습과 통념에 따르지 않고 새롭게 정의하는 사람이다. 사물을 정의하되 자기만의 의미에 가두지 않는 사람이다. 언어로 사물을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섬기는 사람이다. 홍일표 시인의 『사물어 사전』은 사물들에게 바치는 겸손하고 정성스러운 기록이다. 한 편 한 편이 그대로 산문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사유와 언어의 밀도가 높다. 사물에 대해 말한 책은 많지만 이처럼 사물이 스스로 말문을 여는 책은 드물다. 시인은 정밀한 관찰과 참신한 비유를 통해 삶과 죽음의 섭리를 읽어내고 수많은 존재들의 관계를 포착해낸다. 사물에 깃든 내력과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공간적 물성만이 아니라 그 오랜 시간까지 헤아리게 된다. 시인이 말랑말랑하게 빚어낸 사물들의 표정과 무늬 덕분에 세상이 한결 풍성하고 그윽해졌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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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문학의 아름다움을 알기 전에 저는 음악이 영혼을 움직이는 걸 느꼈던 아이였어요. 교회에 처음 들어온 피아노를 쓰다듬으며 그 주변을 맴돌곤 했지요. 엄마가 피아노를 배우게 해주었고, 건반 위의 손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는 것이 너무 신기했어요. 그 소리는 내 손이 아니라 아주 먼 곳, 아주 높은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답니다. 피아노를 치지 않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음악을 둘러싼 그 행복한 장면들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나성인의 『어른이 먼저 읽는 어린이 클래식』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음악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재미있게 들려주면서 작곡가와 연주자, 악기와 오케스트라, 각 나라별 클래식의 역사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보석 같은 책이예요. 클래식은 어렵다는 선입견만 내려놓으면 어른도 어린이도 훌륭한 감상자가 될 수 있어요. 특히 어린 시절에 들은 음악은 평생 기억에 남아 풍부한 감수성의 원천이 되어주지요. 저자의 말처럼 음악은 “귀 기울이는 법을 일러주고, 다양한 감정을 겪게 해주고, 호흡을 달리하는 시간의 감각”을 가르쳐줍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알고 친해지고 그와 넓고 깊은 우정을 쌓아가는 것처럼, 클래식을 듣는 일은 음악을 통해 타인과 세계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과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여기에 실려 있는 음악을 들어보세요. 국영수 학원에 다니며 시험에 모든 시간을 저당 잡힌 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음악으로 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찾아주세요. 클래식에 담긴 “인류의 지혜와 따뜻한 마음”을 아이가 배울 수 있도록, 그리고 외롭고 힘들 때 음악이라는 친구를 찾아갈 수 있도록 말이지요. 음악의 우물가에는 마셔도 마셔도 끝이 없는 영혼의 생수가 있으니까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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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문동만의 시집 『설운 일 덜 생각하고』는 둥근 두레밥상에 놓인 따뜻한 고봉밥 같습니다. 옛집에 돌아가 설움도 고통도 잠시 잊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기억의 식솔들‘. 그 찰나의 낙원’을 복원해내는 엽렵한 솜씨와 애틋한 추모의 마음이 결결이 만져집니다. 특히 고향과 가족 서사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밥’에 대한 사유나 ‘죽음’과‘ 여성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가부장적 세계로부터 자유로운 시선을 보여줍니다. 지난 시대의 잃어버린 풍경을 간결하고 단단한 언어로 그려내면서 시인은 오늘을 사는 지혜와 기운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시인은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약함의 약하지 않음을, 낡음의낡지 않음을, 삶의 “극적인 파산이 시의 맹랑한 유산이” 될 수 있음을, 그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이어 쓰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가 정성껏 차려낸 두레밥상에서 어머니의 콩으로 지은 밥 한 그릇 맛있게 먹고 나면, “설운 일 덜 생각하며 / 풋콩처럼” 살 수 있는 힘이 생길 것 같습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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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이 기이한 고요와 평화 이 시집의 존재들은 멀고 낯선 곳에 있을 때가 많다. 이국적 이름을 지닌 그들은 비명도 절망도 없이 “외국어로 된 간판을 읽으면서” “다만 선량한 표정으로” “다음을 향해 이송되는 자세로” 서로를 데리고 간다. 그런데 아무리 떠나도 떠날 수가 없다. 폭력과 죽음으로 얼룩진 이 세계로부터. “천국의 문” 앞에서 기다리며 “죽지 않고서 / 천국에 갈 수 있는 포즈에 대해 고민했”지만, 언제라도 “던져질 수 있고 뭉개질 수 있고 짓밟힐 수 있는” 현실이 눈앞에 현상될 뿐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기를 포기한 자들을 두고 이곳에 와 있으며”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여행이든 야영이든 산책이든 ‘그곳’에서도 여전히 ‘지금 여기’의 고통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에 대해 유난히 예민한 감각을 지닌 시인의 내면은 수시로 피를 흘리면서도 열심히 닦아낸다. “성실해지자 어떻게든 이곳에서”, 라고 다짐하면서 ‘나’는 찰흙으로 된 지구와 “함께 구르기로”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단정해 보이는 시어들은 끊임없이 뒤척이고 있고 어디론가 굴러가고 있다. 별로 힘을 주지 않으며 얘기하는 것 같은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표정이 필사적으로 박혀 있다. ‘밧줄’과 ‘식칼’이 놓여 있는 집, ‘도끼’와 ‘덫’이 숨겨진 숲, 불안과 공포가 장전된 이 기이한 고요와 평화를 대체 무어라 불러야 할까. 그 속에서 시인은 ‘추락’을 ‘게임’이라고 부르고, ‘울다’와 ‘웃다’를 동의어로 발음한다. 박규현은 이러한 세계 인식을 고백이나 주장이 아니라 언어의 배치와 운동을 통해 조율해나간다. 그의 언어는 문장과 문장의 간격이 넓고 인과적 순서나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단절되거나 도치된 문장들이 많고, 때로는 동사 하나만 먼저 던져진 채 다른 말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조금씩 어긋나고 비껴가는 듯한 단어와 문장들이 자리를 바꾸며 몇 바퀴 돌다 보면 어느새 나란히 연결되어 있다. 간결한 시행들이 나선형의 구조를 따라 움직이면서 시상을 확장하고 읽는 이의 감각과 정동을 자극한다. 또한, 같은 단어나 음운이 주문처럼 반복되기도 한다. “파열음/파수꾼으로부터/파괴되지 않으려고”(「파의 기분」)와 같은 병치나, “방 밖에 방이 있는/방 안에 방이 있는”(「무대는 무대」)과 같은 반복과 변주를 보자. 의미론적 연결보다는 음성적 연쇄 작용이 소리의 물질성과 속도감을 만들어내며 시에 파동을 일으킨다. 박규현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그 미세하고 다양한 파동을 몸으로 느끼는 일이다. 그리고 그의 다정한 식구들을 차례로 만나보는 일이다. 시집 속에서 ‘나’는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세포분열하고 있다. 사람이되 사람이 아닐 때까지, “너와 도마뱀”이 가족이 될 때까지, 동물과 식물이 가족이 될 때까지. ‘나의 가정용 사람들’을 통해 ‘가족’의 새로운 정의와 윤리가 생겨난다. 이렇게 태어난 ‘모든 나’는 「안미츠와 성실하고 배고픈 친구들」에서처럼 서로를 쓰다듬으며 사랑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것만이 죽음의 세계를 견디는 최선의 길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듯이.
10.
  • 오늘이 여행입니다 - 나를 일으켜 세워준 예술가들의 숨결과 하나 된 여정 
  • 유지안 (지은이) | 라온북 | 2021년 11월
  • 15,000원 → 13,500 (10%할인), 마일리지 750원 (5% 적립)
  • (37) | 세일즈포인트 :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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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 이 책의 전자책 : 11,000원 전자책 보기
어떤 상실의 슬픔은 너무 무겁고 자주 덧나서 한 사람을 가두기도 한다. 그 유폐된 방을 걸어 나와 혼자 먼 길을 떠난다고 했을 때, 나는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녀의 용기에 한껏 응원을 보냈다. 아픈 발에 바람구두를 신고 떠난 유지안 작가는 한결 튼튼해진 모습으로 세계의 굽이굽이 바람을 안고,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혼을 싣고 돌아왔다. 여정과 발견의 묘사가 얼마나 자세한지 함께 여행하는 것 같았고, 창조적 에너지가 조금씩 생겨나는 모습이 반가웠다. 그렇게 완성된 이 책은 한 개인이 통과한 치유의 기록을 넘어 예술가를 찾아떠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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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장석 시인은 시 쓰기에 오래 목말랐던 모양이다. 마음의 우물에서 시를 퍼올리고 또 퍼올린다. 지난해 봄에 『사랑은 이제 막 태어난 것이니』와 『우리 별의 봄』 두 권의 시집을 함께 펴냈던 시인이 얼마 지나지 않아 더 깊어지고 두터워진 시들을 다시 내민다. 이 지순한 사랑의 노래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어떤 얼굴을 되찾아주고, 어둡고 황량한 이 별에 잠시 따뜻한 볕이 들게 한다. 그가 숲지기로서 나무들을 경전 삼아 받아 적는 이야기들은 자연의 섭리를 일깨워주고, 표제작인 「해변에 엎드려 있는 아이에게」를 비롯해 「침묵의 봄」 「오월은 마흔 번이 넘게 나를 깨웠네」 「해변의 폐허」 등은 시대의 고통을 향해 귀를 기울이거나 말을 건네고 있다. “바다와 하늘을 멀리 돌아/오늘 다시 이 항구 위에” 서 있는 사람이여, 부디 “뒷걸음치지 말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시길! 나희덕_시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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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시를 향한 마음이 하여진 시인보다 간절하고 열정적인 사람을 보지 못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삶을 한 땀 한 땀 누벼서 박은 시들을 읽으며 눈시울이 여러 번 뜨거워졌다. “당신은 아직도 내 안에 나무를 심을 만한 터가 있다고 믿으시나요”(「바늘」) 시인은 묻고 있지만, 그가 바늘 하나로 일으켜 세운 시의 세계는 이미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분방하게 흘러넘치던 언어는 이제 간결하고 단단해져서 진실의 최대공약수 같은 시어들만 남았다. 시인은 ‘비탈’과 ‘절벽’을 자신의 “생의 전략”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은유를 전당포에 맡”긴 채 시를 쓰는 동안 “창밖 저편으로” 날아가는 “날개 없는 검은 새들”(「지상의 밤에」)을 떠올려본다. 또는 전기가 끊긴 가게에서 “끊어진 시간을 촛불로 이어놓고”(「허(虛)」) 젓갈을 담그고 있는 주영상회 박씨와 그의 그림자를 오래 바라보게 된다. 그 벌거벗은 힘, 나력(裸力)으로 빛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들의 숨결이 이 시집에는 가득하다. 넘어져도 “노지의 힘/ 뒤꿈치의 힘/ 깡의 힘/ 씨발의 힘”(「굳은살 프로젝트」)으로 일어나는 이들에게는 벼룩시장에서 산 “황금빛 후광”(「벼룩시장에서 후광을 사다」)이 있지 않은가. 그 초라한 후광이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인이 지닌 전부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인은 「우아한 시체놀이」에서 말한다. “태양은 완료되고 밤이 충분하다”고. 고통으로 충전된 그 밤들은 계속 뜨겁고 아픈 시들을 낳을 것이다.
1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4월 30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그가 스무 살 무렵 우리는 강의실에서 만났다.“ 너는 시인이 될 거야.” 맑고 천진한 표정으로 사뭇 진지한 질문을 던지곤 하던 김도경에게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다. 그 후로 긴 시간을 견디며 무르익은 시들을 대하니 그때의 예감이 떠오른다. 이제 그는 음역이 넓은 성악가처럼, 또는 여러 역할을 소화해내는 배우처럼, 삶을 다채롭게 연주하고 연기할 수 있게 되었다. 때로는 우주적 공간이나 신화적 시간으로 멀리 뻗어가며 상상 놀이를 펼치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의 불안과 결핍을 아프고 날카로운 서사를 통해 드러내기도 한다. 주로 밤과 꿈에서 길어올린 이 모호하고 싱싱한 언어들은 첫 시집이라는 특권과 자유를 한껏 누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세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시집은 시인의 뛰어난 리듬감각을 보여주는 동시에 잘 짜여진 음악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1악장 타란툴라」 「2악장 누구에게나 불이 있다」 「3악장 도시에서 사라진 삐에로」, 이 세 편의 시는 각 악장의 서곡에 해당한다. “연주회에 와줄래요?” 사랑스러운 초대를 받은 우리는 그의 ‘울음’과 ‘물음’이 빚어낸 매력적인 ‘화음’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활과 리라를 켜는 그의 뒷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볼 수밖에 없다. _나희덕(시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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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리아 무함마드의 시와 산문은 축사에 갇힌 채 드넓은 들판을 갈망하는 말의 눈동자를 떠오르게 한다. 강철로 만들어진 기억의 재갈을 씹고 또 씹는 검정말. 그러나 어떤 굴레와 밧줄로도 그의 영혼을 묶어둘 수 없다는 것을 이 시집은 잘 보여주고 있다. 25년의 긴 망명 생활 끝에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재갈 물린 시간 속에서도 선인장 꽃처럼 간결하고 눈부신 시를 피워냈다. 아랍 문화의 신화적 상상력과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수난이 함께 아로새겨진 이 고통의 만다라에서는 깊은 상징성과 함께 예언자적 품격과 아우라가 느껴진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오. 여기 주민이오”를 외치며 검문소 앞에 서 있는 사람. 팔레스타인인이 여전히 건재함을 하루하루 증명해야만 하는 사람. 슬퍼도 울지 못하고 목구멍 깊은 곳에서 솟구쳐 나오는 후두음으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 그러면서 부싯돌을 켜듯 언어의 빛을 간신히 그러모아 글을 쓰는 사람. 그와 팔레스타인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게 된다. 얼마나 다행인가, 시의 문간에는 늘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죽음의 그림자를 매 순간 사랑의 전언으로 바꾸며 살아왔으니. 자카리아의 그 수많은 밤과 낮을 향해 경의와 우정을 전한다.
15.
희음의 첫 시집 『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는 한 여성 주체가 어떻게 자기만의 인식과 목소리를 얻게 되는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통과제의와도 같은 시집이다. 부재와 고독 속에서 누구를 기다리는 줄도 모르면서 기다린다는 것, 그 “길고 지루하고 무르고 질”(「목젖의 시절」)긴 시간을 희음은 “목소리도 신음도 없이” 잘 견뎌내었다. 앙상한 슬픔과 건조한 어둠을 건너 시인은 마침내 “깨어난 작은 자”(「여름 벽」)로서 벽을 향해 “빌어먹을”이라고 외칠 수 있게 되었다. 그 속삭임이 점점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자라나고 “터져 나온 것이 울음이 아니라 물음일 때”, ‘이름’은 비로소 태어난다. ‘않다’와 ‘아니다’에 기대어서만 간신히 설명할 수 있었던 세계는 이제 얼굴 없던 ‘타자’의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나’의 통증과 치욕의 원천 역시 한결 명료해진다. 말과 침과 오줌. 이 세 가지는 시인이 세상을 더럽히는 동시에 정화하는 자기 방출의 질료이며, 타자와의 소통과 사랑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 행해져 온 무례와 폭력에 대한 저항의 방식이기도 하다. 시인은 더 이상 쐐기풀로 오빠들의 조끼를 뜨며 침묵하는 누이가 아니다. 밤새 파도 속에서 돌림노래를 부르는 사이렌이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 주는 세헤라자데가 되었다. ‘나’는 어느새 ‘우리’가 되고, 「치마와 치마와 치마와 치마」에 이르러 “치마들은 마주 본다/들추지 않고 입속 깊이까지 줄 서 있는/말들을 향해 인사”를 건넨다. 그 마주 봄은 “우리는 우리로 울렁거리고/우리는 우리로 더 깊이 희다”(「사양」)고 말하는 시인을 “다시 태어나는 말들의 붉은 입속”으로 데려갈 것이다. 세계와의 키스는 그렇게 느리지만 확실하게 계속될 것이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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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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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의 『농무』로부터 5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박승민의 『끝은 끝으로 이어진』은 그 ‘농촌공동체’가 오늘날 어떤 ‘생명/죽음공동체’에 이르게 되었는지 내력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자본에 의해 ‘해고’된 밭과 과수원은 주변부로 밀려나고, 시의 밭자락엔 노인들과 귀신들과 혼백들만 남아 두런거린다. 그곳에는 “땅의 환부가 심부에서부터 끓어오”(「바다는 오지 않는다」)르고, “꼬리뼈까지 끊어놓고 주저앉은 산의 늑골”과 “파헤쳐진 내장 속으로 참나무살과 가문비살, 참꽃살과 소나무살이 차곡차곡 쌓여”(「기계의 시간」)간다. 개발의 광풍에 살과 뼈가 으깨지는 고통을 겪기는 인간이나 자연이나 마찬가지이다. “탈진한 죽음은 영원히 살고 삶은 오래 죽는” 이 중음신(中陰身)의 세계에서 시인은 침착한 사제처럼 감정이입을 줄이고 “죽음 바깥”(「삶은 오래 죽는다」)을 살아내며 그 존재들을 극진히 배웅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소리 없이 지는 흑매의 “매화창(唱)”처럼, 사라져가는 농본적 세계와 자연에 바치는 “만가(輓歌)”이자 “송가(頌歌)”(「흑매 지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시인의 시선은 간절하게 한줄기 빛을 찾아 헤맨다. 길의 끝은 끝으로 이어지고, 시집 곳곳에 박혀 있는 ‘허공’들은 사금파리처럼 빛난다. 그 위태로운 허공이 시인의 경작지이다. “밟을 때마다 자꾸 삐걱거리던 지구의 사다리” 위에서 그는 탄식한다. “우주의 미아가 되기 위해 우린 너무 빨리 달려왔”(「April Come She Will」)다고. 지구라는 ‘생명/죽음공동체’의 제어할 수 없는 속도 앞에서 느끼는 현기증과 공포, 그 묵시록적인 전언 앞에서 우리는 지금도 “간신히 매달려”(「벼랑에 고드름」) 있다.
17.
하나님을 창조주이자 심판자로서가 아니라 자녀를 무릎에 앉히고 젖을 먹이고 밥을 먹이는 우리네 어머니로 묘사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음식이 되어 살과 피를 나눠주신 자애로운 인간으로 그려집니다. 서양 회화의 명장면들과 함께 읽으니 성경의 일화와 구절들이 더 생생하게 떠오르고, 멀게만 느껴졌던 신이 어느새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옵니다. 그리하여 신의 밥상은 곧 인간의 밥상, 나의 밥상이 됩니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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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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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호의 첫 시집은 ‘이행(移行)’과 ‘작용(作用)’의 시들로 이루어진 음악적 세계다. 점에서 점으로, 음에서 음으로, 시의 궤도를 수정하고 확장하면서 존재를 실어나르는 동사들을 보라. 현재진행형이나 수동형의 동사들이 만들어내는 파동 속에서 모든 사물은 어딘가로 가고 있고, 무언가가 되어가는 중이다. 물기가 증발하고 빛과 색이 희박해진 진공상태, 그 무중력의 어둠속에서, 고독이라는 장소에서, 신두호의 시들은 태어난다. 보거나 말하는 자의 능동성을 포기하는 대신 그의 감각은 없는 것을 만지고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시인이 생산해낸 얼굴에는 주체의 표정이 비워져 있고 발화하는 입 또한 없다. 사라진 입은 “문 앞에서 증식하는 문”처럼 부재와 침묵의 내부를 열고 들어가 독특한 선율과 화음을 만들어낸다. 그 이행의 과정에서 시어들은 잘 조율된 피아노처럼 힘과 긴장이 고루 안배되어 있다. 이 내향적이고 사려깊은 연금술사의 손끝에서 시의 질료들은 기화와 액화, 상승과 추락을 거듭하며 “진리의 순수한 불순물들”에 가까워져간다. 이 젊은 시인은 왜 그토록 일관되게 ‘선천적 희미함’과 ‘수동적 능동성’을 견지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는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제대로 무력해지기 위해서는 내부에 얼마나 많은 힘을 비축해야 하는지를. 정교하게 엇갈리기 위해서는 서로의 속도와 중력에 얼마나 예민해져야 하는지를. 이 개성적인 시인이 입문한 ‘새로운 자연’ 앞에서, 그 ‘조화(調和)로운 조화(造花)’의 풍경 앞에서, 독자들은 어리둥절해하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수학적 치밀함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서정적 물기와 실물감을 걷어낸 ‘표본의 세계’가 이렇게 유려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니!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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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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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염세적인 K’의 뒷모습을 보았다. 광주라는 도시, 그것도 같은 대학의 어두침침한 복도에서 함께 지내다보니 그의 동선과 나의 동선은 비교적 많이 겹치는 편이다. 그러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자못 심각하게 걷고 있는 그의 장엄한 고독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귀에 울려퍼지고 있을 음악(각 장마다 K가 들은 사운드 트랙이 적혀 있다)을 상상하며 이 책을 기다려왔을 뿐이다. 그런데 김형중이라는 비평가의 내면에 이토록 매력적인 이야기꾼이 살고 있었다니! 다소 우울하고 과묵해 보이는 표정 밑에 이렇게 다정한 목소리와 다양한 표정들이 숨어 있었다니! 익숙하다고 여겨온 사람과 장소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며 그가 들려주는 광주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내렸다‘. 염세적인 K’의 걸음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송정리 골목길에서 시작해 K의 아버지 김용우씨의 무덤 앞에서 끝난다. 탄생과 죽음, 그 두 점 사이로 부단히 펼쳐지는 기억의 선분들과 그가 편애하는 장소들을 나도 숨죽이며 따라가보았다. 그에게 걷는다는 것은 기억과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는 일종의 최면 행위에 가까워보인다. K가 프로이트적 시선으로 내면을 들여다볼 때, 자기 분석을 감행하는 메스는 아주 예리해서 어떤 통증을 동반하곤 한다. 한편 K의 시선이 타자나 외부로 향할 때, 그것은 발터 벤야민의 멜랑콜리한 시선과 아이러니적 태도를 연상케 한다. 그런 양면성으로 인해 이 책은 K의 내밀한 사적 기록인 동시에 광주라는 죽음공동체에 대한 뛰어난 분석과 성찰을 담고 있는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근대라는 폐허와 자본주의의 변방에서 잊히고 쇠락해가는 존재들 곁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K의 발걸음과 젖은 눈동자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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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길 위의 사제 장헌권 목사님은 인권이 유린되고 정의가 탄압받는 곳이면 어디나 우직한 맏형처럼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 또한, 아프고 상처 입은 사람들 곁을 쉬이 떠나지 못하신다. 그렇게 걷고 또 걷는 그의 의로운 발자국마다 시의 눈물꽃이 피었다. 특히, 1부에 수록되어 있는 시들에는 세월호 시민상주모임 활동을 통해 얻은 육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질척한 세월의 / 슬픔 간직한 팽목항”에서 “맹골수도에 피지 못한 꽃들”을 생각하고, “노란 리본 챙겨서 / 그리움의 호주머니에 담아 / 만지작거리며” 안산으로 향한다. 때로는, “법정까지 / 스멀스멀 밀고 들어”온 눈물바다에 몸을 적신다. “침몰한 진실을 / 끄집어내기 위해 // 말라버린 정의의 꽃 / 물 주기 위해” 오늘도 그는 고단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순례에 나설 것이다. 이 진혼과 기다림의 노래들로 세상이 치유와 회복의 기운을 얻게 되기를 기원한다.
21.
문선희 작가는 낡은 벽들이 말하는 걸 듣고, 구덩이에 살처분된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타자의 고통에 유난히 민감한 그녀는 잘 들어주는 것이 가장 잘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글과 사진을 통해 ‘고통의 오감도烏瞰圖’를 그려내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몫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이 책에는 1980년 광주를 겪어낸 ‘80명의 아해’들의 증언이 담겨 있다. 그들의 유년을 향해 물었으나, 다 묻지 못했다. 그들은 말했으나, 다 말하지 못했다. “증언은 말을 못 하는 자가 말을 하는 자에게 말하게 만드는 곳에서, 말을 하는 자가 자신의 말로 말함의 불가능성을 품는(견디는) 곳에서 발생”한다는 아감벤의 말처럼, 증언의 진실은 ‘말함’에 대한 윤리적 요구와 불가능성 사이에서 간신히 어떤 섬광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말함의 불가능성’을 품고 견디며 80명의 말을 받아 적는 동안, 그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역사 저편으로 잊혀가는 기억의 조각을 발굴하기 위해 좁은 골목들을 찾아다닌 노고와 사랑 덕분에, 우리는 5월 광주의 새로운 오감도를 갖게 되었다. 거대 서사만으로는 온전히 말해질 수 없었던 역사의 편린들이 “무서운兒孩와무서워하는兒孩”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들려온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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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다오를 몇 번 만난 적 있다. ‘북쪽의 섬(北島)’이라는 필명처럼, 톈안먼 사건 이후 그는 오랜 기간 타지를 떠돌며 외롭게 시를 써왔다. 그래서인지 그의 눈동자는 고요하면서도 흔들리는 것 같았고, 굳게 닫힌 입술은 수많은 시를 머금은 것 같았다. 그는 「대답」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썼다. “내가 이 세상에 올 때, / 종이와 밧줄과 그림자만 가져왔다”고. 그가 젊은 세대를 위해 시를 골라 펴냈다니 무척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중국과 세계 곳곳의 시들을 아우르고 있는 이 시집은 아픈 역사를 살아온 아버지가 아들에게 건네는 지혜와 희망의 편지다. 간결한 언어로 진실을 꿰뚫는 시들과 리듬감 있게 말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시들을 읽다 보면 그가 물려주고 싶은 자산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오르내릴 만큼 세계적인 시인이 되었지만, 그를 키운 것은 소박하게 반짝이는 이 시편들이었을 것이다. “시는 마치 횃불에 불을 당기는 것과 같다”는 베이다오의 말처럼, 삶에 불을 당기는 이 한 편 한 편이 미래의 시인들을 또한 낳게 될 것이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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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유골」 외 5편 그가 죽음에 들린 몸과 영혼으로 시를 왕성하게 쓸 수 있었던 비결은 삶과 죽음에 대한 남다른 셈법 덕분일 것이다. 그의 시에서 삶은 정육점에 걸린 고깃덩어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반면 죽은 존재들은 살아 있을 때보다 더 강렬한 냄새를 내뿜으며 삶을 부추긴다. 그래서 모든 존재의 무게는 주검의 저울 위에 올려보아야 알 수 있고, 풍경도 무덤 위에서 볼 때 더 잘 보인다.
24.
“절경은 시가 되지 않는다”고 했던 문인수 시인의 말은 풍경뿐 아니 라 사람살이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너무 빛나거나 반듯한 것들은 이 시집의 식솔이 되기 어렵다. 오르막길보다는 내리막길이 많고, 변 두리 동네가 주요 무대다. 거기서 오래 밟히고 버려진 것들, 구부정한 등을 내보이며 쭈그리고 있는 존재들이 도란도란 온기를 나누고 있 다. 세상이 이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가난과 슬픔의 힘으로 서로의 몸을 꽉꽉 동여맨 그 팔 힘 덕분이다. 삶을 가로막는 절벽을 그는 “절벽, 돌아서라는 말씀!”으로 알아듣는 다. 그러고는 “게걸음질을 쳐야 그 어디로든 똑바로 향할 수가 있”다 며 “바닥이나 걷자”고 손을 잡아끈다. 때로는 탁발승처럼 때로는 늙 은 건달처럼 저잣거리를 걸어가는 그의 발길과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에게 직선은 왜 시가 되지 않는지를. 굽은 것이 왜 곧은 것인지를. 수평이 어떻게 깊이를 갖게 되는지를. 낮고 낮은 바닥이 우리가 제대로 걸어야 할 길이고, 텅 빈 허공이 우리가 공들여 닦아야 할 거울이라는 것을. 문인수 시인의 이번 시집은 그 바 닥에서 드리는 간절한 기도이자 그 허공에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다.
25.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여기 햇살과 바람을 모아 빚어낸 시들이 탱글탱글하게 잘 여물었다. 자연에서 삶과 죽음의 섭리를 길어 올리는 시인의 목소리는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싱싱하고 탄력이 있다. “천연의 꿀과 방부제를 한 몸에 지닌/ 열매”처럼 그 숨결은 향기롭고, “발효와 부패를 제대로 거쳐 온 퇴비”처럼 그 냄새는 고소하다(?햇살 통조림?). 그렇게 삼동을 견딘 “뜨거운 씨앗”(?삼동(三冬)이 깊다?)이 싹을 틔우는 순간들이 이 햇살 통조림에는 가득 쟁여져 있다. 오늘도 시인은 텃밭에서 흙이 묻은 채 돌아오지만 굳이 흙을 씻지는 않는다. 그 흙 알갱이들 속에 우리를 살릴 생명의 원형질이 깃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문명의 감옥에 갇혀 시들어 가는 영혼들이여, 그녀가 건네는 햇살 통조림을 하나씩 열어서 맛보시라. “스스로 살 수도, 살릴 수도 없는 물건들의 길”(?물건들의 길?)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것들”(?무늬?)의 향연과 투쟁을 함께 만날 수 있을 것이니.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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