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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가정/건강/요리/교육
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박찬일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5년, 대한민국 서울

기타: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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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세계 음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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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누군가는 ‘글 쓰는 셰프’라고 하지만 본인은 ‘주방장’이라는 말을 가장 아낀다. ‘노포’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부터 오래된 식당을 찾아다니며 주인장들의 생생한 증언과 장사 철학을 글로 써왔다.
세계에서 인구당 식당 수가 제일 많고, 그만큼 식당이 쉬이 폐업하는 나라, 대한민국. 그럼에도 격동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버티고 이겨낸 노포의 민중사적 가치를 발견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무도 하지 않으면 우리가 하자’며 후배 노중훈과 의기투합해 전국의 ‘백년식당’에 근접한 노포들을 찾아 취재하기로 했다. 그렇게 2012년 ‘노포 탐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전국의 ‘밥장사의 신’들을 찾아 발로 뛰며 취재한 지 어언 10년 가까이 흘렀다. 그들의 숭고한 노동과 벅찬 인심과 변치 않는 맛을 정리해 《백년식당》 (2014), 《노포의 장사법》 (2018)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이 책들로 말미암아 서울시의 ‘오래가게’ 사업 등이 시작됐고, ‘뉴트로 트렌드’를 타고 사회·문화적으로 노포의 가치가 알려지고 관심이 확산되는 데에 일조했다.
매일 주방을 드나들면서도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한겨레>, <경향신문> 등의 매체에도 글을 쓴다. 서울 서교동과 광화문의 <로칸다 몽로>와 <광화문국밥>에서 일한다.  

출간도서모두보기

<미식가의 허기> - 2016년 12월  더보기

뜻하지 않게 책을 한 권 묶는다. 책을 내는 건 생계의 방책이니 부끄러움이 더하다. 먹고살자고 묻어버릴 글을 다시 꺼내어 먼지를 털었다. 그렇다. 먹고살자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아니 우리의 본질에 가장 부합하는 말, 먹고살자는 문장을 쓴다. 먹고사는 일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탄생의 본질이다. 먹고살기 위해 배신하고, 거짓말 하고, 누군가를 죽인다. 먹고산다는 명분 아래서 협잡과 사기와 외면의 삶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먹고사는 일은 숙명적으로 우리를 설명하는 말이다. 어느 누구도 이 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러 먼지가 끼고, 벗겨지지 않은 낙인같은 때를 묻히고도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아침에 눈을 뜬다. 다들 먹고사는 일 앞에서 분노를 거두고 용서의 손을 내밀기도 한다. 달리 방법 없는 우리들의 한심함이 먹고산다는 문장을 구성하는 골격이다. 우리는 그 지난한 시절을 보내며 정신과 육체를 학대해왔다. 나는 냉면을 내리던 옛 제면 노동자의 무너진 어깨를 생각한다. 화상으로 가득한 요리사의 팔뚝을 떠올린다. 칼에 신경이 끊어진 어떤 도마 노동자의 손가락을 말한다. 그뿐이랴. 택시 운전사의 밥 때 놓친 위장과 야근하는 이들의 무거운 눈꺼풀과 학원 마치고 조악한 삼각김밥과 컵라면 봉지를 뜯는 어린 학생의 등을 생각한다. 세상사의 저 삽화들을 떠받치는 말, 먹고살자는 희망도 좌절도 아닌 무심한 말을 입에 굴려본다. 아비들은 밥을 벌다가 죽을 것이다. 굳은살을 미처 위로받지 못하고 차가운 땅에 묻힐 것이다. 다음 세대는 다시 아비의 옷을 입고 노동을 팔러 새벽 지하철을 탈 것이다. 우리는 그 틈에서 먹고 싸고 인생을 보낸다. 이 덧없음을 어찌할 수 없어서 소주를 마시고, 먹는다는 일을 생각한다. 달리 도리 없는 막막함을 안주 삼아서. 책 안에 있는 글은 그때그때 사회적 이슈를 다루거나, 오랜 기억을 끄집어내어 만든 문장들이다. 유별나게 먹는 일의 현장음이 나는 아직도 귀에 생생하고 그 광경이 눈에 삼삼하다. 노인이 국숫발을 삼키는 장면이 그 어떤 슬픈 소설보다 더 선명하게 슬펐다. 그것을 잊을 수 없어 이 책에 녹아 있다. 나의 분별없는 시니컬함은 실은 슬픔이라는 질료로 이루어져 있다. 울 수 없어서 나는 냉소했는지 모른다. 그것을 용서해주시기 바란다. 어쩌다 제목에 미식가가 들어가지만, 내 미각은 실은 미식의 반대편에 있다. 거칠게 먹어왔고, 싼 것을 씹었다. 영양과 가치보다 주머니가 내 입맛을 결정했다. 함께 나누는 이들의 입맛이 그랬다. 소 등심 대신 돼지고기를 구웠고, 조미료 듬뿍 든 찌개에 밥을 말아 안주했으며, 노천의 국숫집에서 목숨처럼 길고 긴 국숫발을 넘겼다. 그것이 내 몸을 이룬 음식이니, 미식이란 가당찮다. 그럼에도 미식이라고 할 한 줄기 변명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것은 순전히 음식의 건실한 효용을 사랑했던 것이다. 가장 낮은 데서 먹되, 분별을 알려고 했다. 뻐기는 음식이 아니라 겸손한 상에 앉았다. 음식을 팔아 소박하게 생계 하는 사람들이 지은 상을 받았다. 그것이 미식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미식의 철학적 사유와 고급한 가치의 반대편에 있는 저 밥상들이 나는 진짜 미식이라고 생각한다.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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