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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생각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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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생각의 여름 - EP앨범 시냇가>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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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더 드래곤]은 여러 개의 세계를 겹겹의 살갗처럼 입은 ‘나’에 대한 진술로 그득하다. 복수의 세계들 속에 담겨, 담겨 있음으로써 생겨나는 자신의 형상과 그에 붙여지는 “처음 듣는 이름”을 자각하는 화자의 모습이 묘사된다(「처음이니까 봐줘야 한다」). 다만 화자를 감싸거나 짓누르는 그 세계들의 세계에는 역사가 있기에 모양이 늘 변한다. “하루는 너무 잘 가서 내일과 버무려”지기 때문이다(「러브샷」). 그 변천 속에서 ‘나’는 늘 다소간 새로이 적응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러한 상시 부적응 체제 안에서 “약간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래도 그냥 있”는 일은(「기사도」) 마치 약소국 수반이 냉엄한 국제 질서 속에서 몸부림치는 모습과 같다. “나는 풍경과도 친한 척 약속을 합니다”라는 말은(「사운드맨」) 자신을 둘러싼 온갖 것들에 대한 줄타기 외교(外交) 전략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들의 세계가 낯설게 놓인 오늘의 “지구편에 등장한다.”(「지구편」) 가까스로 익숙해질 법했던 어제를 회상하며 “나는 처진 들풀도 괜찮았는데”라 중얼거리고(「초기화」), 오늘이라는 새 동네로 “멀리 와서 유배당한 기분”도 감각하지만(「작은 술래잡기」) 화자들은 끝끝내 깊은 절망으로 닿지 않는다. 새로운 조약과도 같은 오늘 속을 걸으며 거듭 익숙해지다 못내 “발자국이 깊어지면 효과음에 몸을 맡긴다”(「대머리 빗기기」). 오늘이라는 살갗이 뼈를 감싸다 못해 쥐어뜯을지라도, 그러니까 “팔뚝을 잡은 아귀힘”으로(「기사도」) 나타나는 오늘을 헤치다 “한쪽 어깨를 잃어버리는” 경우에 이를지라도(「뭉게무릎」), “내 팔을 뜯겠니/팔이 아직 남아 있다면/새로운 손이 돋아난다면”이라고(「드래곤 씻기기 (완)」) 받아쳐 내는 일이 상상이라도 가능하다면 그것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 아니겠는가. “또 악수하실 분?”이라 물으며(「내 왼손은 맨손」), 뜯기고 돋아난 손을 폭행처럼 덮쳐 오는 새날에 다시 던지려는 일, ‘내’가 아닌 것들에 ‘나’를 다시 부비겠다 선포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어마어마한 배포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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