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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박슬기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8년

최근작
2024년 6월 <한국 근대 자유시의 원천과 그 실험들>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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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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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에서 『백 리를 기다리는 말』은 꽃이 만개하여 지는 계절을 담은 시집이다. 꽃이 무르익었기에 만춘(滿春)이되 꽃이 이미 다 졌기에 만춘(晩春)인, 어쩔 수 없이 피어나 허공에서 흔들리고 결국에는 분분히 떨어지는 이 지상의 모든 존재들, 죽음의 장 위에서만 찬란하게 빛나는 이 환한 날들이 충만하게 담겨 흔들린다.
2.
지나온 모든 작품들을 복제한 복사본을 만들어 내는 이 키치적인 시 쓰기야말로 황성희만이 가능한 고유성이다. 심지어 이 시들은 진리의 허위를 비난하는 아방가르디스트들의 태도마저도 복제한다. 그러나 아방가르디스트들이 원본 없는 원본성을 지향했다면, 그는 원본 없는 복제본 그 자체, 오직 원본을 향한 끝없는 환유적 노정 그 자체인 복제본만을 만들어 낸다.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는 여백 속에서 아무도 오리지널이 될 수 없고, 자신 또한 결코 오리지널이 될 수 없다면, 무엇이라도 되면 된다. 아무것도 되지 않는 방식으로. 아무것도 믿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는 진실을 말하는 순간 거짓말을 하게 되는 자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믿음에 대해서가 아니라 믿지 않는 것에 대해서 말해야만 믿음에 도달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무엇을 믿지 않을 것인지/ 입을 가지고 말해 보라.” (「입으로 말하는 사람」)
3.
이 시집에서의 무수한 거짓 고백들을 일일이 분류하여 진짜 ‘나’를 찾아내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여기와 저기, 안쪽과 바깥을 구별 지음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의 안쪽과 바깥 사이에 경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계선 위에서 경계선을 흩트리는 것, 이로써 그 경계 자체만을 무한히 확대해 나간다. 경계의 확대는 결국 이를 둘러싼 세계의 구성 원리 자체를 소멸시킨다. 어머니의 얼굴을 한 신의 아들 혹은 신의 얼굴을 한 어머니의 아들의 피가 내리고 있는 문, 이 새로운 메시아는 태어나기 전에 주어진 속죄로 인해 죄인이 된 인류를 대속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세계가 소멸되게 한다. 아름답지 않지만 숭고한, 엎드린 메시아의 자세에서.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볼지도 모른다. 가도 가도 끝없는 피의 벌판일지도 모르지만, 인간으로 존재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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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 시인은 비루한 현상의 세계에서 별들의 아득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이 현상의 세계와 별들의 아름다움을 일치시킴으로써 진리의 유효성을 보여 준다. 선한 것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것은 진정한 것이다. 진정한 것은 오직 이 생명의 형식 속에서, 생명의 형식을 담는 언어 속에서 드러난다. 고전주의자로서의 신은 낮은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언어가 내포한 우주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이 신은 여전히 “먼 하늘 은핫물을 펜 끝에 촉촉이 찍어/ 또박또박 한지에 글씨를 쓴다.” 그것은 “한생의 일기”이자 한 줄의 서정시. 먼 하늘의 물빛이 스며든 이 일기를 읽으며 우리는 아득한 생명의 우주를, 살아서 죽는 것들의 비감한 운명을 손끝으로 느낀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번지는 시인의 사랑이 여기에.
5.
그녀가 비행하고 있다. 등대의 불빛을 하늘의 별빛으로 여기고 “까무룩하게 거꾸로 거꾸로” 날아가는 그녀. 하늘과 바다를, 사과와 사과를, 당신과 나 그 까마득한 사이를 아득히 오가는 이 죽음 직전의 황홀한 비행은 우리의 안온하고 평안한 일상을 날카롭게 뒤집어 놓는다. 우리는 영양제를 털어 먹다가, 병문안을 위해 암센터에 갔다가, 혹은 지하철의 철제 의자에 앉아 있다가, 눈앞을 휙 스쳐가는 날쌔고 황홀한 비행에 아득해진다. 안전하고 평온한 일상은 갑자기 꺼져 버리고, 죽음의 절벽이 펼쳐진 듯 세상은 다급히 위험해진다. 그녀의 시적 비행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 낯설고 위험한 감각들을 더없이 섬세하게 포착하고, 그 감각의 근원지를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그것은 “온 사과들을 다 데리고 나를 보”는 사과나무의 시선들, 세계의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해 몸으로 부딪쳐 오기 때문. 우리는 갑작스럽고 격렬한 감각의 공격에 무릎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게 하는 이 황홀한 비행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고온의 새, “무더기무더기 두고 간 분홍빛 체온”의 뜨거움을 훅훅 끼쳐 오는, 이 격렬한 뜨거운 마음을.
6.
연대가 가능하지 않다면, 집단이 되기를 거부함으로써 자신의 고결한 고유성을 지켜 나가는 것만이 정치적인가? 서효인의 이 시집은 이러한 근본적인 의문을 놓고 고민하며, 하나의 대답을 내어놓았다. 블랑쇼가 지적했듯, 이제 가능한 계급투쟁이란 계급 간의 부딪침, 과격하고 파괴적인 접촉 외에 다른 접촉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언젠가는 계급 구조의 법칙 자체를 변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는 것이다. 이 폭력이 맞부딪치는 지점은 자본의 제국 속에 무수히 흩어져 있는 개인들의 끓어오르는 내면들, 게토들이다. 이제 서효인의 파르티잔들, 무한히 분열한 만국의 개인들은 부딪침 그 자체로서 전선(戰線)을 형성한다. 폭력은 그의 내면 속에서 맞부딪친다.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무수한 게토들. 이 내면을 달리 무엇이라 이름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다만, 서효인을 따라서 “들끓는 마음의 괴물”이라고 부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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