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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임수현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76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하동

직업:소설가

최근작
2018년 12월 <서울을 떠나지 않는 까닭>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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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시절은 문학의 자리가 거리이며 위로하는 것이라 하고, 전후 맥락 잘려버린 앙상한 가지 몇 줄이 가상의 네트워크 세계에서 문학으로 소비된다. 번호가 매겨진 고전만이 좀비처럼 불멸의 문학이고, 새로 태어난 문학은 자폐라며 장르가 되라는 성토에 시달린다. 도시는 산책을 허락하지 않으니, 숱한 목소리에 나부낄 수밖에 없지만, 정말 문학은 풍문의 돌멩이에 파묻힌 돌무덤이 되어버린 것일까. 마르크스의 시선으로 실존주의, 페미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등 시대의 유행을 씩씩하게 통과해온 테리 이글턴은 ‘문학’의 죽음을 선언하는 오늘, 그래도 문학을 읽어야 하는 까닭을 이야기한다. 짧은 소란에도 눈치 보기 급급했던 나는 새삼 문학이 인물과 서사의 향연이며,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도구임을 깨닫는다. 문학은 고독의 가장 오래된 동무였고, 생각의 서랍이었으며, 세상을 가장 넓게 조망할 수 있는 망원경이었다. 나는 문학의 주검을 본 적 없으므로, 문학의 부활 따위는 믿지 않는다. 문학은 죽은 적이 없고, 다만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모든 시간의 나이테를 품고, 책을 낳는 헐벗은 나무처럼, 가난한 그루터기로 존재했을 따름이다. 나는 문학의 가난이 전혀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다.
2.
  • 이브가 말했다 
  • 박선희 (지은이) | | 2013년 12월
  • 13,000원 → 11,700 (10%할인), 마일리지 650원 (5% 적립)
  • (1) | 세일즈포인트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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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생각하는 밤이다. 뼈도 살갗도 아닌 그것은 차라리 밤의 성분이다. 마침 머리카락 같은 ‘비가 걸어간다’. 그것은 자아 꽃을 피우려고 했구나, 언젠가 적도 근처로 떠났던 박선희 소설가와의 기억을 성글게 빗어본다. 나는 그와 일 년 동안 열여섯 개의 정거장에서 더러 마주쳤다. 검은 터널을 지나 목적지에 내리면 그는 풋내가 흥건한 십 대의 교실로 향하는 언덕길로 나붓나붓 걸어갔다. 이목구비가 없었지만 길고 길어서 단박에 알아봤다. 머리카락은 어수선한 생각을 가린 초라한 지붕이라 여긴 나로선 그 뒤 얼굴의 생기가 부럽고 얼떨떨했다. 이 소설을 읽으니 알겠다. 꽃을 쥔 산책인 줄 알았더니, 가위를 쥔 ‘음모’였던 게다.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다. 거울에 사로잡혀 수은처럼 피부가 말라가는 엄마가 사라지면, 딸은 거세된 머리카락을 쥐고 침실과 극장을 오간다. 엄마의 지문을 새긴 남자의 ‘죽어가는’ 꽃잎과 흰 젖이 필요한 사내아이의 알약을 훔친다. 검디검은 까마귀처럼 불길한 예감으로 가득한 어느 날 계집아이는 한 줌의 머리카락이 불꽃의 가느다란 심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스물이 온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성장은 멈춰도 머리카락만은 여전히 자란다. 깜깜한 마음의 가시들은 하얗게 센 낮의 뿌리와 꽃으로 거듭한다. 그렇게 스물을 오려낸 그의 다음 시간은 어떤 색깔일까, 괜히 흩인 머리카락으로 ‘둥글게’ 트라이앵글을 만들어본다.
3.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변종모 형과 나는 이웃이다. 서울성곽의 북쪽과 남쪽, 서로 마주 보는 비탈 마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자주, 가끔 밥을 먹기 위해 만난다. 솔직히 내가 밥을 얻어먹으러 놀러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형이 밥과 국을 끓이는 동안 나는 마당으로 나가 주홍빛 조명을 밝힌 서울의 저녁을 내려다보곤 한다. 불빛이 있는 곳마다 부엌이 있을 것이고, 사람들은 대개 혼자이다가 식탁 앞에서 비로소 타인의 온기와 마주 앉을 것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가 딱 제 몫의 집을 등에 메고 길을 떠돌아 곁도 없고, 불기 하나 없이 싸늘한 달팽이 집 같다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가 시간 속에 새긴 세상의 모든 부엌으로 초대받은 동안 곰곰 따져보니, 그는 타인을 많이 생각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식량으로 누군가를 위해 더운 음식을 만드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나는 이제야 그가 차려주는 식탁이, 내가 누군가에게 대접받은 기억의 음식 중 가장 달았다는 걸 깨닫는다. 세상에는 그래도 따뜻한 부엌이 남아 있다는 걸 믿게 된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심장부터 따뜻하게 군침이 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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