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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장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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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슬픔의 방문>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1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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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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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고통과 슬픔이 필연처럼 고이는 자리마다 자신의 생을 흘려보낸 기록이 여기 있다. 우리가 우리를 해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말이 이 책 안에 있다.
2.
미투 운동의 출발선을 만든 타라나 버크의 《해방》을 읽는 동안, 나는 이 책 역시 누군가의 지도가 되어줄 것임을 강하게 예감했다. 특히 《해방》은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 싸워야 할 때 가볼 수 있는 길이 어디인지 안내한다. (…) 나는 ‘변한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고약한 희망 사항이다. 그 말은 누구의 편인가.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의 편이다. 폭력과 차별의 시대를 용인하는 말이다. 세상이 더디 바뀌는 것 같아도 변했고, 변한다. 적어도 나는 변했다. 나는 변화의 편에 서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그편에 서서 세상의 질서를 바꾸고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두렵다면 따라 걸으면 된다. 타라나 버크 같은 사람이 만들고 있는 길을. 무언가를 ‘안다’는 건 대부분 ‘알아버렸다’에 가깝다. 기쁨보다는 피곤을 동반한다. 무엇보다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는 이것이 ‘알아버린 사람의 윤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타라나의 이야기를 안다. 헤븐과 다이아몬드와 카이아의 이야기를 안다. 그것이 나와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다르지 않음 역시, 안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늘 곤두선 채로 살 수는 없다. 내 안의 모순이 있고, 세상의 모순을 견디면서 변화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는 건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페미니즘은 단순히 이념일 수 없다. 삶의 태도여야 한다. 완성형이 아니라 ‘되어가는’ 과정이다. 각자 다른 속도와 불화하고 경합하면서도 협력해야 하고, 할 수 있다. “구조적인 인종차별과 극심한 빈곤 같은 상황 앞에서 성폭력 문제”가 가볍게 치부되지 않도록. 타라나의 자유가 당신과 내가 속박을 벗어던지는 용기가 되고, 뒤에 올 모든 여자아이들의 자유가 될 수 있도록.
3.
26톤 트럭을 몰고, 50킬로그램이 넘는 용접기를 어깨에 메고, 아파트를 세운다. 먹고사는 일의 엄중함이 여자라고 덜하겠는가. 내가 아는 많은 여자들 역시 ‘가장’이었다. 이름보다 ‘아줌마’ 또는 ‘OO 엄마’라는 호칭으로 더 많이 불렸을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과 나이를 스스로 발음하는 순간을, 나는 뭉클하게 몇 번이고 다시 읽는다. “자존심보다 자부심”을 당부하는 이들의 얼굴과 손에 새겨진 주름의 파노라마를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건 이 책의 또 다른 선물.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성별이나 나이와도 상관없어야 할 것이다. 여자는 여기에 있고, 여자는 어디에나 있다.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곳에, 또는 당신이 상상한 모든 곳에. 편견에 안주하지 않은 늙은 여자들 덕분에 어린 여자들은 제 삶의 선택지를 또 한 칸 늘린다.
4.
세상이 나아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각자의 자리에서 손호영처럼 자기 일을 보다 더 잘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많아지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의 페이지마다 자기 일에 대한 사랑과 책임, 자부와 두려움이 단정하게 깃들어 있다. 법은 시대를 앞장서지 않지만, 성실히 뒤따른다. 그래서 법의 한계는 시대의 한계이다. 동시에 그 시대의 최전선이 어디인지도 보여준다. 판사 손호영은 법의 한계를 감내하는 동시에 그 가장자리를 넓히기 위한 ‘새로고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성실과 다정으로 벼려온 법의 쓸모가 선물처럼 도착했다.
5.
  • 질문하는 세계 -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 이소임 (지은이) | 시공사 | 2024년 1월
  • 17,000원 → 15,300 (10%할인), 마일리지 850원 (5% 적립)
  • (13) | 세일즈포인트 : 3,623
모른다. 고작 세 글자를 인정하는 일이 살아갈수록, 나이들수록 어렵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 ‘다 그렇게 산다’는 말 속에 아는 척하면서 그냥 고꾸라져 있고 싶다. 어쩌면 안온은 체념의 다른 말. 그러나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열리는 세계가 있다. 이소임은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 물음표와 느낌표를 양손에 쥐고 씩씩하게 걷는 사람. 그러다 몇 번이고 길을 잃어도 괘념치 않는 사람. 매번 새롭게 놀라고 정확하게 질문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당연한’ 것은 없다. 우리는 《질문하는 세계》 덕분에 보통과 평범이 실제로는 얼마나 다채롭고 개별적이며 구체적인지 감각할 수 있게 되었다.
6.
  • 외로움의 습격 - 모두, 홀로 남겨질 것이다 
  • 김만권 (지은이) | 혜다 | 2023년 12월
  • 18,800원 → 16,920 (10%할인), 마일리지 940원 (5% 적립)
  • (19) | 세일즈포인트 : 10,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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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당신도 세상의 속도에 가끔 멀미가 나는지. 혹은 자신의 ‘쓸모없음’에 자괴를 느끼는지. 이유 없는 외로움에 사라지고 싶었던 밤은 없었는지. 《외로움의 습격》은 산업혁명 시대의 ‘발명품’인 외로움의 얼굴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되어 있지만, 그래서 더 지독하게 외로운 시대를 촘촘히 비춘다. 개인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야말로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빈틈없이 탐구한다. 우리의 오늘이 외롭더라도 내일은 덜 외롭도록. 우리가 서로를 보호하는 시스템의 그물을 어떻게 짜야 할지 역시 세심하게 일러둔다. 나는 김만권 덕분에 철학이 얼마나 실용적인 학문인지 알게 되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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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평범과 보통에 대한 압력이 강한 사회에서 개인은 원하지 않는 관계 속으로 쉽게 미끄러진다. 졸업, 취업,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세상의 시간표는 생의 여지를 좁히고, 상상을 축소시킨다. 『에이징 솔로』는 ‘다른 선택지는 없다’라는 듯 구는 세계의 가장자리를 넓히는 이야기다. 김희경은 규범과 고정관념 바깥에 우리가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잘 보이지 않던 여성, 중년, 1인 가구의 현재를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나’일 수 있는 미래를 함께 발명하자고 초대한다. 우리는 모두 혼자인 동시에 오롯이 혼자만일 수 없다. 삶의 경계를 확장하고 곁의 자리를 만드는 목소리가 있어 ‘나’는 끝내 외롭지 않을 것이다.
8.
  • 생활풍경 - 극단 신세계 희곡집  choice
  • 극단 신세계 (지은이) | 제철소 | 2023년 12월
  • 20,000원 → 18,000 (10%할인), 마일리지 1,000원 (5% 적립)
  • (7) | 세일즈포인트 : 1,251
극단 신세계의 작품을 우리가 ‘다르다’라고 할 때,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불편함이다. 그들은 환상 대신 변화를 바라는 마음을 무대 위에 심는다. 그리하여 객석의 관객은 외면해왔거나 몰랐던 존재와 사건과 상황과 감정을 꼼짝없이 직면해야 한다. 관객은 공연의 일부가 되어 ‘입장’을 정해야 하고(「생활풍경」), ‘판단’을 내려야 하며(「별들의 전쟁」), ‘응시’해야 한다(「사랑하는 대한민국」). 생각하지 않음이 어떻게 적극적인 가해가 되는지를(「말 잘 듣는 사람들」), 인간다움이 얼마나 연약하게 휘어지는지를(「안전가족」) ‘목격’해야 한다. 연극을 관람하는 일은 일종의 계약이라서, 극이 상연되는 동안 관객과 배우는 서로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이것은 퍽 낭만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극단 신세계의 무대를 보는 시간은 꼭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무대 위 배우도, 객석의 관객도 이 세계의 고통을 공평하게 나눠 진다. _ 리뷰에서
9.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2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법률가’ 김형규가 일하는 세상은 흑과 백만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유죄와 무죄만 의미 있다. 하지만 삶은 그럴 수 없다. 우리는 무수하고 촘촘한 회색 사이를 유동한다. 그러니 어떤 이야기는 쓰지 않을 수 없어서 탄생한다. ‘소설가’김형규는 현실의 테두리를 성실히 따라가며 이야기 다섯 편을 지어 올린다. 가난과 노동을 멸시하고 기어이 노동자와 노동자를 싸우게 만드는 세상이라 다짐하듯 쓴다. “그래도 더 나아가, 여기는 끝이 아니야”라고. 그 목소리에서 나는 세계에 대한 ‘통증’을 느낀다. 통증을 염증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럼에도’를 상상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다음으로’ 나아감은 소설이 세계를 감당해 온 방식이기도 하다.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가 《모든 것의 이야기》 안에 담겨있다.
10.
‘법률가’ 김형규가 일하는 세상은 흑과 백만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유죄와 무죄만 의미 있다. 하지만 삶은 그럴 수 없다. 우리는 무수하고 촘촘한 회색 사이를 유동한다. 그러니 어떤 이야기는 쓰지 않을 수 없어서 탄생한다. ‘소설가’김형규는 현실의 테두리를 성실히 따라가며 이야기 다섯 편을 지어 올린다. 가난과 노동을 멸시하고 기어이 노동자와 노동자를 싸우게 만드는 세상이라 다짐하듯 쓴다. “그래도 더 나아가, 여기는 끝이 아니야”라고. 그 목소리에서 나는 세계에 대한 ‘통증’을 느낀다. 통증을 염증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럼에도’를 상상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다음으로’ 나아감은 소설이 세계를 감당해 온 방식이기도 하다. 당신이 몰랐던 이야기가 《모든 것의 이야기》 안에 담겨있다.
11.
‘몸소’ 통과한 이야기를 사랑하지 않는 법을, 나는 모른다. 최현숙은 낙인의 뒷면에 자유가 있음을 기어이 발견한 사람. 자신의 생애와 상처를 낱낱이 뒤적여 살과 뼈를 발라 내놓았다. 스스로를 구원한 사람의 이야기는 기어코 남도 구한다. 그는 자신의 삶을 기꺼이 타인을 위한 징검돌로 놓는다. 힘껏 밟고 다음으로 나아가라고 격려한다. 그리하여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라는 제목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선언이 된다. 무언가와 맞서는 마음에는 어쩔 수 없이 변화에 대한 기대가 깃든다. 결코 무해할 수도, 안온할 수도 없는 일상의 수많은 모순을 끌어안고 싸우는 사람의 다정이 여기 있다.
12.
  • 처방전 없음 - '새로운 건강'을 찾아나선 어느 청년의사의 인생실험 
  • 홍종원 (지은이) | 잠비 | 2023년 6월
  • 16,800원 → 15,120 (10%할인), 마일리지 840원 (5% 적립)
  • (11) | 세일즈포인트 : 867
기다리지 않고 찾아간다. 방문진료 전문의원 ‘건강의집’을 운영하는 홍종원은 병이 아니라 삶을 돌본다. 배드민턴을 치고, 산책을 하고, 때로 굴뚝에 오른다. 병원 밖에서 검사와 치료가 담보하지 못하는 ‘건강의 비밀’을 탐구한다. “환자의 삶이 병원 밖에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휴대전화 벨소리를 최대로 높여 놓는다. 누군가의 아픈 기척을 알아채기 위해 잠의 입구를 열어두는 사람, 당신이 기다렸던 의사가 여기 있다. 《처방전 없음》은 “의사가 왜 이러고 살아요?”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긴 대답이다.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 살기 위해 분투한 기록이기도 하다. 덕분에 우리는 건강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맥락 안에 있음을 겨우, 깨달을 수 있게 됐다.
13.
몸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질병의 이력서다. 삶은 계획대로 살아지지 않고, 때로 예측할 수 없는 흔적을 몸에 남긴다. 『아내는 서바이버』는 “먹고 토하는 일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방이야”라고 섭식장애를 고백한 사람에게 기어코 또 다른 안전한 ‘방’이 되어주려는 사람의 이야기다. “앞으로도 같이 살자”라는 다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사랑의 이야기로 읽어도 무방하다. 질병을 완성하는 것은 돌봄이다. 그러나 병든 존재는 그렇지 않은 존재를 압도한다. ‘아픈 몸’ 만큼이나 ‘돌보는 몸’을 가진 사람의 목소리를 나는 언제나 기다려왔다. 돌봄의 자리에서 출발한 질문이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문제의식과 만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14.
『느티나무 수호대』를 읽는 동안 책의 ‘처음’을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생각했다. 책은 나무로부터 시작된 것, 그렇다면 숲을 도서관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현실이 힘겨워 책 속으로 도망치는 일은 어쩌면 나무에 깃드는 일. 나무는 정령이고, 도깨비고, 수호신이고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이야기 속 아이들처럼. ‘너희’라는 구분은 ‘다문화’ 아이들을 한데 뭉뚱그린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성실하게 ‘관계의 언어’를 발명하니까. 각자 다른 언어로 말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느티나무의 품 안에서, 아이들은 어른이 ‘앗아 갈까 두려운 행복’을 경험한다. 가장자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슬아슬한 기쁨이 아이들을 ‘수호대’로 묶는다. “권리와 행복을 지키려면 알아야 할 게 많아”서 『느티나무 수호대』는 바쁘다. 나는 ‘대안’을 요구하는 사람을 의심한다. 그것이 자주 현실을 합리화하기 위해 발언되기 때문이다. 대안은 누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김중미가 만든 세계에서 나는 그런 것들을 본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그 세계의 주인이다. 나는 “어른도 어린이의 친구가 될 수 있지.”라는 말을 믿는다.
15.
  • 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choice
  • 김희경 (지은이) | 동아시아 | 2023년 3월
  • 16,800원 → 15,120 (10%할인), 마일리지 840원 (5% 적립)
  • (43) | 세일즈포인트 : 10,851
평범과 보통에 대한 압력이 강한 사회에서 개인은 원하지 않는 관계 속으로 쉽게 미끄러진다. 졸업, 취업,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세상의 시간표는 생의 여지를 좁히고, 상상을 축소시킨다. 『에이징 솔로』는 ‘다른 선택지는 없다’라는 듯 구는 세계의 가장자리를 넓히는 이야기다. 김희경은 규범과 고정관념 바깥에 우리가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았다. 잘 보이지 않던 여성, 중년, 1인 가구의 현재를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나’일 수 있는 미래를 함께 발명하자고 초대한다. 우리는 모두 혼자인 동시에 오롯이 혼자만일 수 없다. 삶의 경계를 확장하고 곁의 자리를 만드는 목소리가 있어 ‘나’는 끝내 외롭지 않을 것이다.
16.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와 ‘이해하고 싶다’ 사이에서 방황하는 딸들에게 주요한 참고문헌이 도착했다. 글을 읽는 동안 내가 엄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질문’임을 깨달았다. 좋은 책은 읽는 사람을 쓰는 사람의 자리에 데려다 놓는다. 이 책은 분명 그 목록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더 많은 ‘평범한 엄마들’이 “자기 삶의 저자가 되는 사건”을 앞으로도 계속 목격하고 싶다.
17.
《연결된 고통》을 읽는 동안 타국의 진료실에 앉아 있는 나를 어쩔 수 없이 상상하곤 했다. 곤란과 당혹에 자주 몸을 떨었다. 같은 언어를 써도 진료실 안에서 소통은 늘 충분치 않다. 의사가 아는 것과 내가 아는 의학 지식의 차이가 말을 누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원에서 신체는 하나의 몸이 아니라 부위나 기관으로 다뤄진다. 대개의 의사는 ‘살리는’ 일만 중요하게 가르친다. 그 주변을 탐험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이기병은 우연이 데려다 놓은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서 만난 ‘낯선 몸들’ 덕분에 진료 현장이 “언제나 불충분”하다는 것을 몇 번이고 다시 배운다. 진료실 안으로 들어온 환자는 무엇이 미안한 줄도 모르면서 미안해했다. 그것이 그나마 가장 ‘잘’ 할 수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언어마저 제대로 통하지 않는 진료실에서 외국인노동자를 상대하는 일은 고통을 듣는 훈련이기도 했다. 진단명 하나로 압축되지 않는 삶을 샅샅이 들여다 본 덕분에 ‘몸’은 진료실 안이 아닌 사회적 맥락 위에 존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현대 의학이 간과한 돌봄의 필요와 쓸모를 살뜰히 발굴해낸다. 의학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인류학까지 뻗어나간다. 어떤 ‘앎’은 되돌릴 수 없어서, 더 먼 곳으로 운명을 등 떠민다. 나는 이 기록이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하게 만든다는 걸 믿는다.
18.
런던에서 서울까지 약 8000km를 건너 내 앞에 도착한『가난 사파리』를 넘기는 동안 나는 다른 문화권에 살며 다른 언어를 쓰는 저자와 내가 경험한 가난이 너무 가깝고 때로 겹친다는 ‘당연한’ 사실에 자꾸 몸서리를 쳤다. 우리가 해왔던 분노의 다짐과 잦은 실패와 달라지는 신념이 비슷한 뿌리를 지녔다는 게 신기했다. 저자 대런 맥가비의 말마따나 “가난은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세계적 현상”이기 때문일 테다.
19.
자기혐오는 나의 오랜 습관이었다. 나를 향한 과녁에 꽂아 넣을 화살이 바닥날 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곤 했다. 결국 숨지도, 사라지지도 못했을 때 질문을 좀 바꿔보기로 했다. ‘부족한 대로 괜찮을 수는 없을까?’ 이 책을 들춰보는 동안 나는 그때의 나와 자주 만났다. 정켈 작가의 그림은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남을 안아준다. 타인의 위로와 인정을 구하는 대신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연구해온 흔적으로 빼곡하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인정하기까지 삐뚤지만 타박타박 걸어온 시간이 페이지마다 새겨져 있다. 책 속 문장을 조금 바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난 마음에 들어. 난 ‘이 책’이 정말 마음에 들어.”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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