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는 달리 말해 ‘읽기의 방법’이다. 책을 깊이 읽는 방법을 잘 모르겠다는 독자가 있다면, 그건 심원함을 향한 열망은 강하나 작품 속 낱말들이 그에게 와 충분한 의미망을 형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때 그에게 주어져야 할 것은 정확한 가이드라인이나 지름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작품 속에 난 틈들로 들어가 읽기의 다른 방법을 획득하고, 인식과 감정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일일 것이다.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는 세계를 균열하는 작품 스물여섯 권에 대한 읽기의 한 방법을 보여준다. 이 책들은 수백 가지 독해의 가능성을 품고 있고, 결국 언어에 다 담기지 않는 잔여물까지 남기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 각자는 해석자로서 의미를 뚜렷이 하고 싶어한다. 저자는 바로 이 의미화 과정에서 중심을 향한 모서리들을 세밀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