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자리에 선 모습을 상상해보자. 떨어질까 불안해하며 뭐라도 잡으려 손을 뻗는 모습인가, 아니면 아직 그곳에 서 있다는 데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 내리는 모습인가. 한 번 더 상상해보자. 지금 서 있는 그곳이 삶의 가장자리, 즉 내 모든 것의 가장자리라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곳에 서 있고 싶은가. 지나온 길을 아쉬워하며 다가올 길을 애써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다가올 길을 내다보며 두 길을 하나로 엮어 새로운 풍경을 마주할 것인가.
<가르칠 수 있는 용기>와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으로 알려진 미국의 사회운동가 파커 J. 파머는, 여든에 이르러 매일 가장자리에 다가가면서도 스스로 "나이듦을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이 좋아함은 감각이 아닌 성찰의 결과일 터,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과 의미를 추구하는 소명의 차이를 이해하고 계속해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태도, 자신이 속하고 공유하는 세상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필요한 말과 행동을 취하는 것, 침묵과 고독에 익숙해지며 삶에서 죽음으로 자연스럽게 걸어가는 방법 등, 일생을 거쳐 다다른 놀라운 풍경을 가볍고 시원하게, 맑고 깊은 글에 담아 전한다.
자신이 가장자리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면 꼭, 자신이 가장자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만나봐야 할 책이다. 나이듦을 관망하거나 무시하거나 책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지혜를 만나보길 권한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