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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죽은 후에 내 몸이 어떤 과정을 거칠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장례식장이나 화장터에서 봤던 단편적 이미지를 조합한 막연한 상상 정도가 다였다. 이 책의 저자는 20대에 6년간 장의사 일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 이후부터 소멸까지 인간의 몸에 얽힌 이야기를 신랄하게 말한다. 화장되기 전 높이 쌓인 관들 속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시체들, 불구덩이 속에서 부위별로 다르게 타오르는 몸 같은 생생한 묘사는 피부에 와닿게 현실적이면서도 일상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이야기라 놀랍고 괴이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이 평범치 않은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다는 데에 있다. ‘죽음’, ‘시체’ 뒤에 오는 단어가 ‘유쾌’라니 어쩐지 실수로 엮인 조합 같지만, 자칫 과도하게 엄숙해질 수 있는 내용이 저자 특유의 밝은 에너지 덕분에 부드럽고 소화 잘 되게 포장된다. 글의 전달 방식이 유머러스하다고 해서 내용까지 의심은 말자. 장의사 시절 에피소드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미국 장의 산업의 문제점, 세계의 각기 다른 장의 문화까지 넘나든다. 죽음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들이다. 새해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