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공쿠르상 수상작"
몬트리올 교도소의 창살 사이로 "추위의 소리"를 가만히 듣는 남자. 인간다움이 얼마 남지 않은 "구속의 우주"에 꽤나 익숙해진 모습이다. 시종일관 차분해 보이는 그는 왜 교도소에 오게 되었을까. 세상의 시선에서 그는 그저 '죄수'라고 통칭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인간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겹의 순간과 사람과 우연을 거쳐야 했을까. 그렇게 만들어지는 오직 하나뿐인 삶. 누군가의 삶에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며 함부로 판단하려는 이에게, 우리는 말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라고.
소설은 남자의 삶을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대에 태어나 한 세기의 끝과 시작을 통과해야 했던 폴 한센의 생을. 어머니가 운영했던 독립영화관에서 만끽한 "자유의 언어'와, 목사였던 아버지의 신앙심이 더는 남아있지 않다는 고백. 고국 프랑스를 뒤로 하고 캐나다로 향하던 마음과, 일에 짓눌리기도 위로받기도 했던 나날과,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 아내와의 다정한 시간. 하나의 인간을 구성하는 귀한 순간들. 그 뒤에는 "구세계의 접합점들이 삐걱대며 갈라지는 소리"가 배경음처럼 깔려 있다. 어느새 새로운 세기로 접어든 세상에는 “일은 우리가 했지 우리의 돈이 하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남자가 설 곳이 더는 없다. 그러나 한 인간의 생은 그렇게 저울추에 올려져 타인이 정한 무게에 따라 의미가 부여되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소설은 말한다. 한 인간의 생이라는 존엄 앞에서.
- 소설 MD 권벼리 (2020.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