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잔인한 봄. 역사를 흔드는 목소리가 부끄러움 없이 거리에 나뒹구는 봄. 제75주년 4.3 추념식을 앞두고 또다시 소란이 반복되고 있다. 혼란한 와중의 희망이라면, 왜곡과 폄훼의 커지는 그림자 앞에서는 늘 진실의 구체적인 모습을 더 명확히 알고자 하는 이들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가장 길게 이어져온 희망이다.
이 책은 지난 30년간 4.3을 취재해 온 허호준 기자가 기록한 진실이다.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2,762일 동안 제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국가의 시민 학살, 4.3 일어난 시대적 배경, 세계사 안에서 4.3의 위치, 사건을 겪어낸 사람들의 이야기, 현대 한국사에서 4.3의 의미 등 4.3에 초점 맞춘 눈을 줌인, 아웃하며 책은 총체적인 진실을 드러낸다.
저자가 4.3에 대해 오랜 시간 폭넓고 집요하게 취재한 내공이 깊이 느껴진다. 건조한 문체는 이 비극을 더 날카롭게 진술하고, 핵심을 놓치지 않는 문장들은 독서의 몰입을 돕는다. 진 빠지는 독서가 아님에도 어느새 4.3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가 자리 잡힌다. 이제 이 빼곡하게 준비된 진실을 각자의 마음에 붙잡는 일만 남았다. 희망 편에 선 이들이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다.
- 역사 MD 김경영 (2023.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