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시작점인 2001년, 서울역 지하철 선로를 점거하고 국어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 않던 ‘이동권’을 요구하며 대한민국 사회에 출현한 중증장애인들. 그들은 지난 사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전투적이고 급진적인 운동의 역사를 써왔다. 그리고 세계를 온몸으로 멈추며 조금씩 ‘이동’시켰다. 이 운동의 한가운데 있었던 여섯 명 전사들의 삶, 투쟁, 목소리를 지극하게 엮어낸 『전사들의 노래』에는 우리가 지향하는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비전과 윤리가 담겨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이 원하는 건 장애인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 누구도 뒤에 남겨지지 않는 해방의 공동체이므로.
김도현
‘역사의 종언’은 종언을 고했다. 20세기의 장밋빛 예측을 뒤엎고 21세기는 스스로의 불안한 역사를 연일 휘갈겨쓰는 중이다. 21세기의 사반세기를 지나는 지금, 이 시대 최고의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누군가에 의해 쓰여지고 있다. 우리에겐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용기가 필요하다. 분열과 전쟁으로부터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의 가치를 되살려낼 희망의 이야기는 가장 윤택하고 안전한 곳이 아니라 가장 낙후되고 소외된 곳에서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싸우는 이들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전사들의 노래>는 21세기를 인간답게 살아낼 용기를 찾는 이들을 향해 울려퍼지는 연대와 투쟁의 송가다.
장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