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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가능세계>, <도움받는 기분>과 산문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 등을 출간한 백은선의 시집. 2021년 문지문학상 수상작인 「비밀과 질문 비밀과 질문」 등의 시가 수록되었다. 상자의 존재를 의식하면서도 (아직) 상자를 열지 않는 손이 있다. 그 사람들의 손은 이런식으로 묘사된다.
매번 내 손등을 찰싹 때리며 가만히 있으라고 하지만 ( 38쪽, 「적심」 )
그것이 정말인가 무엇을 향하는지도 모르고 삿대질을 하며 울던 줄곧 가지고 다닌 두 손 ( 45쪽, 「비밀과 질문 비밀과 질문」 )
그때는 두 손을 깊은 숲속에 묻고 돌아와 새 손이 돋아날 때까지 아무것도 안을 수 없었습니다. (94쪽, 「사쿠라노 요루」)
손을 놓는다는 게 영영 손을 잃어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해서 (109쪽, 「수지」)
이 손을 시를 짓는 손, 날개를 빠는 손, 벽돌을 쌓는 손, 식사를 차리는 손이다. '마음이라는 이 좇같고 애매한 말!'(59쪽) 그 진실의 실마리를 찾아내려 '책속에 머리를 박고 활자를 중얼거리며 기차가 달리는 리듬으로'(44쪽) 헤매는 손. 손등 위로 물이 출렁거린다. 자신의 고통에 이토록 진실한 시, 삶이라는 고통에 이토록 정직한 시.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하고픈 리듬이 백은선의 시에서 출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