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허송세월에 깃든 격렬한 삶의 문장들"
소설가 김훈이 5년 만에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글을 쓰며 치열하게 살아온, 이제는 "여기저기서 또래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늘그막의 세월"을 다시 치열하게 보내는 작가의 이야기가 밀도 있게 담겨 있다. 일산 호수공원을 자주 산책하며 쓴 단상, 새와 나무 이야기, 작가가 사랑한 사람들,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늙어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슬픈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돈되지 않은 채로 그 늙음을 민낯으로 마주하고야 만다. 그러나 <허송세월>을 읽고 있노라면 잠시 그 두려움을 내려놓고 담담해진다. 단정하지만 강렬한 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연약해진 마음속을 메워 세상을 다시 살아갈 힘을 결국엔 주고야 마는 것이다. "희망의 힘에 의지해서 살지 않고 이런 미완성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글, 참으로 오래도록 회자될 명문의 탄생이다.
- 에세이 MD 도란 (2024.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