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붙인 대로 다시 깨지더라도"
시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에세이 <쓰기 일기>로 감수성의 주파수가 맞는 독자의 지지를 얻은 서윤후의 다섯번째 시집이다. 2009년 현대시를 통해 활동을 시작한 시인에게도 작품집이 쌓이듯 시간이 흘렀다.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이었던 시인은 이제 주변을 둘러본다. 계절은 환하고 친구들은 웃고 있다. 하지만 1부의 제목처럼 '햇빛이 모두에게 좋은 게 아니라면'. 찡그린 채 빛을 바라보는 한 친구의 얼굴을 발견하는 일. 우리들의 킨즈키 교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각자 가져온 접시는 모두 깨진 것이다
조각을 이어 물결무늬로 만들 수 있겠군요 깨진 곳 사이사이가 다시 친해지도록 작은 흠을 이어 반짝임을 그려낼 수 있을 거예요 금이 간 것을 숨길 수 없으니 더 빛날 수 있도록
(<킨즈키 교실> 부분, 103쪽)
선생의 '한국말은 어눌하고 학생들 솜씨는 서툴렀으므로' 우리의 의사소통은 원활하지 않다. 깨진 접시의 흉터와 흉터 사이를 금박 등의 꾸밈으로 덧대 새로운 접시를 만들어내는 기법 '킨즈기'의 아름다움은 이 어긋남에 있다. 빈 곳은 빈 대로 두고 바라본 하늘엔 '영원히 날고 있는 비행접시'. 시는 이렇게 끝나고 비행접시를 올려다보는 사람들처럼 하늘을 보는 시선이 남는다. 볕은 기분을 고양시키고 축축한 곳을 마르게 한다. 하지만 이 환하고 위생적인 볕이 '모두에게 좋은 게 아니라면'. 시는 모두에 속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손을 내민다. 이 시집의 마지막 시의 제목처럼, 그 자리에서 나쁘게 눈부신 이들은 <비로소 함께할 것>이다.
- 시 MD 김효선 (20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