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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에도 시대. 하룻밤새 마을 하나가 몰살당한 기이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전모를 알아보기 위해 출동한 무사들마저 연락이 두절되고.. 비참한 상태의 생존자는 거대한 괴물이 나타났다고 증언한다. 이때부터 작품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인간의 악의에 의해 탄생한 괴물은 통제 불가능해 보이는 '거대한 힘'이며, 이 힘을 어떻게 제어 또는 소멸시킬 것인가를 두고 다시 인간들끼리 암투를 벌인다. 권력이 이 공포를 써먹을 방법을 찾아 주판알을 튕기는 데 여념이 없는 사이에 사람은 계속 죽어나간다. 누군가는 이 괴물을 퇴치하고자 나서고 누군가는 그걸 말리고 협박하고 서로 다투는 와중에 사람은 계속 죽어나간다. 시간이 없다. 괴물은 가만히 놔두며 기다리기에는 너무 크고 빠르며 교활하다...
후쿠시마를 포함한 동북지방에서 펼쳐지는 시대 괴수 활극 <괴수전>이 정말로 3.11사태에 대한 우화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3.11과 <괴수전>은 아주 오래된 비극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너무 많은 일들이 이와 같은 이유로 벌어졌고 또 반복되었다. 이 소설은 어쩌면 미야베 미유키가 바라보는 현대 세계 자체를 상징하는 작품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심각한 내용이냐고 하면, 확실히 그런 면이 있다. 그러나 <괴수전>이 작가의 에도 시대물 중에서 가장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물론 그래도 '빠르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액션 활극의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두는 게 좋겠다. <괴수전>은 작가가 기존에 선보인 시대물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