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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020
  • 세상의 봄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 권영주 (옮긴이) | 비채 | 2020년 3월 "미야베 미유키 작가 데뷔 30주년 기념작"

    에도 시대, 산과 들이 아름다운 작은 번이 충격으로 술렁인다. 성군이 될 것으로 촉망받던 청년 번주 시게오키가 기이한 병환으로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 모두가 쉬쉬하며 저어하는 가운데, 병명이 '실성'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간다. 시게오키가 요양할 곳은 수려한 풍광으로 유명한 산속 호숫가의 저택이지만, 그를 맞이하기 위해 내부공사가 한창인 그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기함하고 만다. 호화로운 병풍과 장식으로 치장된 방은 창살로 둘러싸여 이중으로 잠겨있는데…

    때로는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모습으로, 때로는 뭔가를 숨기는 듯한 여인으로, 때로는 흉포한 시정잡배의 모습으로 돌변한 후, 멍한 상태가 되어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시게오키. 주군의 치료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기현상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한다. 원혼에 빙의되어 그 한에 씌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단지 '신체의 병'일 뿐일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치료를 중단하고 이 모든 것을 망각 속에 빠뜨려 은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치료가 계속되고 시게오키의 다른 모습들이 조금씩 입을 여는 순간, 그에게 새겨진 무언가가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미야베 미유키가 작가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집필한 작품으로, 치밀한 구성과 매력적인 등장인물, 이야기의 밀도가 돋보인다. 한번 펼치면 밤새 책장을 넘기며 빠져들 수밖에 없는 수작이다.

  • 꽝 없는 뽑기 기계
    곽유진 (지은이), 차상미 (그림) | 비룡소 | 2020년 3월 "제9회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이끌려 도착한 신비한 골목. 그곳에서 우연히 마주한 뽑기 기계. 희수는 더 이상 뽑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꽝이 없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려 결국 동전을 넣게 된다. 놀랍게도 1등 상품을 뽑은 희수. 1등 상품의 정체는 무엇이고, 희수는 왜 뽑기를 하지 않으려던 걸까?

    예기치 못한 사고로 가족과 헤어지게 된 희수가 꽝 없는 뽑기 기계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일상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동화책.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임에도 상징과 비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구성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더러워진 운동화를 깨끗하게 빨아 햇볕에 말리는 일, 흔들리던 이빨이 빠지고 새 이빨이 나는 일처럼 희망을 품은 문장들이 작품 곳곳에 놓여있다.

    이 이야기에서는 누구도 용기를 강요하거나 재촉하지 않는다. 충분히 준비가 될 때까지 희수의 속도에 맞춰 곁을 지키며 위로와 응원을 전할 뿐이다. 자신의 몫이 아닌 죄책감에 대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해주며, 그 슬픔을 혼자서 견뎌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변에는 언제든 손 내밀 수 있는 어른들이, 반갑게 맞아줄 친구들이 있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어려운 시간을 지나야 할 때, 이 이야기가 힘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 결 : 거칢에 대하여
    홍세화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조금 더 낫게 패배하는 자유인이 되기 위해"

    시쳇말로 정곡을 찌르는 말을 두고 "뼈 때린다"라는 표현을 쓴다. 홍세화 선생 11년 만의 신작, 이번 책을 읽기에 앞서 뼈 맞을 각오를 해야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그가 저격하는 이는 '회의하지 않는 우리'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세상이 주입한 생각을 가득 채운 채 고집스럽게 살아가는 우리, 존재를 배신하는 의식으로 스스로를 억압하는 우리, 80인 자신의 눈이 아닌 20인 남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우리. 그는 이런 우리에게 죽비를 내려치며 서늘할 정도로 솔직하게 현실을 꼬집는다. 서열식 한국 교육 체제에 비판 없이 응하는 교사들은 사실상 자신의 전공 과목을 반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는 직언, 여러 투쟁의 현장에서 연대의 도움을 받는 당사자들은 원래 어느 당에 투표를 했느냐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그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이게 된다.

    반성은 짧고 일상은 가깝다. 곧 휘발될 반성을 위해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홍세화 선생은 서문에서 "한국 사회라는 산"을 내려오는 선배로서, 그 산을 오르는 후배가 '조금 더 낫게' 패배하는 자유인이 되게 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밝혔다. 돈오 후엔 점수가 뒤따라야 할 것. 멋있게 패배하는 자유인의 길은 회의하는 자만이 걸을 수 있다.

  •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권남희 (지은이) | 상상출판 | 2020년 3월 "정세랑 추천, 번역가 권남희의 유쾌한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오가와 이토 <츠바키 문구점>, 요시다 슈이치 <퍼레이드>, 무레 요코 <카모메 식당>, 온다 리쿠 <밤의 피크닉> 등 일본 문학 작품을 300권 가까이 번역해 국내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한 번역가 권남희. 번역서에 그의 이름이 있다면 좋은 번역이란 믿음이 저절로 생기고, 안심된다. 신뢰하는 번역가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귀찮지만 행복해볼까>가 출간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고민 상담소에 글을 남겨 하루키로부터 답변을 받은 일화를 시작으로, 딸 '정하'와 반려견 '나무'와 함께하는 충만한 삶, 국카스텐 덕질, 집순이로서의 일상 등 시종일관 유쾌한 에세이로 가득하다. 정세랑 작가가 말했듯, 그의 글은 정말 재밌다. '엄마로서의 삶, 번역가로서의 삶, 권남희로서의 삶'을 두루두루 즐기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깨달은 분명한 사실이 있다. 행복이란 대단한 것도, 멀리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 주문처럼 되뇌어본다. 귀찮지만 이제부터 행복해볼까.

3.62020
  •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지은이) | 봄알람 | 2020년 3월 "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일이 우리의 정의다"

    2년 전, 김지은 씨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상대로 미투를 했다. 그는 거대한 진실을 폭탄처럼 터뜨렸다. 그것은 한국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몰고 왔지만 가장 많이 파괴된 것은 그 자신의 일상일 것이다.

    그날 이후, 김지은을 둘러싸고 무수한 말들이 생겨났다. 떠도는 말들을 잡아 하나하나 변명할 수 없다 보니 그중엔 더러 기정사실화되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2차 가해의 폭격이었다. 이 책은 그간 거대 권력과 수많은 말들에 맞서 지독한 싸움을 해온 김지은이 차곡차곡 쌓은 기록이다. 수행비서 시절 그의 업무 환경, 안희정 조직 내부의 분위기, 범죄를 당하던 당시의 전후 상황, 그 자신의 기분과 정서 등 자극적인 헤드라인 몇 줄로 접했던 이야기보다 훨씬 방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책을 읽는 동안 죽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당신이 여성이라면, 여러 상황 속에 놓인 김지은에 당신의 모습이 오버랩될 때도 많을 것이다. 그가 겪은 피해는 돌연변이 개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맥락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다른 여성 혐오 범죄가 그러하듯이. 그것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된다.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지금도 무수히 존재하는 위력 속 가해와 피해를 멈추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틀 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2020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알라딘은 여성 저자들로부터 동시대 여성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와 추천 도서 목록을 받아 관련 페이지를 꾸렸다. <탈코르셋: 도래한 상상>의 저자 이민경은 추천 도서로 이 책, <김지은입니다>와 다음 메시지를 보내왔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 제법 안온한 날들
    남궁인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3월 "남궁인 신작, 삶과 사람과 사랑의 기록"

    예기치 못한 사건과 사고, 그리고 급작스러운 죽음을 매일매일 수없이 목도해야만 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그는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두 권의 에세이에서 의사로서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바라본 인간의 불행과 비극적 상황에 관한 이야기와, 한 인간으로서 감당하고 있는 삶의 무게와 슬픔의 깊이를 담담하게 고백했다.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매일같이 바꾸어 살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매일 견뎌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여전히 치열한 응급 현장에서 여러 죽음과 사람들을 마주한다. 반복되는 절망과 비극을 온몸으로 막아내면서도 시련에 맞서 서로를 끌어안고 보듬으며 살아가는 가족들, 화재로부터 맨몸으로 아이를 지켜낸 아버지, 심정지 상태의 아들이 살아날 25퍼센트의 확률만을 생각하며 3일 내내 아들 곁을 지킨 어머니를 지켜보며 삶의 의미를 되묻고, 주저앉은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제법 안온한 날들>은 그런 그가 촘촘하게 써내려간 보통의 삶과 사람, 두려움을 이기고 버티게 해준 특별한 사랑에 관한 기록이다.

  •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에리카 라인 (지은이), 이미숙 (옮긴이) | 갤리온 | 2020년 3월 "적극적 선택으로 이끌어 가는 삶"

    미니멀리즘, 미니멀 라이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아마도 깔끔하게 청소된 거실이나 방의 모습일 것이다.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들로만 채워진 그곳은 예쁘게 꾸민 모델하우스를 보는 것마냥 평화롭다. 우리의 현실도 그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그랬더라면 미니멀리즘은 태동하지도 못했을 테다. 안타깝게도, 정리정돈해야할 것은 물건들뿐만이 아니다. 불필요한 업무, 넘치는 인간관계, 바쁜 일정, 소비 습관, 심지어 우리의 고민과 생각마저도 삶을 복잡다단하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그 온갖 것들을 어떻게 버려야 한단 말인가? 이 책은 삶의 다양한 장면 속에서 우리가 시급히 덜어 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며, 저자가 실행에 옮겨 성공했던 노하우들을 공유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삶의 방식으로서의 미니멀리즘이다. 무엇을 먼저 포기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챙겨야할 일이다. 그러나 정리된 집은 또 어지럽혀지기 마련. "다시는 정신없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라"는 저자의 말처럼 굳은 결심과 함께 나만의 인생을 선택해 가자.

  • 열 문장 쓰는 법
    김정선 (지은이) | 유유 | 2020년 3월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김정선 신작 "

    단문으로, 한 가지 주제로, 통일감 있게. 글쓰기 이론은 모두가 안다. 문제는 이론만 안다는 것이다. 글을 쓰려다가도 '단문'의 강박에, '멋진 표현'의 압박에 펜을 쥐었지만 당최 시작하기가 어렵다.

    문장수리공 김정선은 과감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문장을 최대한 길게 써보는 것. 그가 예시로 보여준 한 문장은 한 페이지가 넘어간다. 이 방법의 장점은 단문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제자리에 맴돌게 되는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뻗어가는 글쓰기가 가능하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다. 길게 쓴 문장을 다시 끊어 요리조리 편집하는 연습 방법이 그 다음 단계로 자리한다.

    낯선 방법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바로 연습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쉽기도 하다. 글쓰기 실력이 간절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감이 오지 않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3.102020
  •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장영은 (지은이) | 민음사 | 2020년 3월 "삶을 걸고 글을 쓴 여성들"

    토니 모리슨, 마거릿 애트우드, 수전 손택, 에밀리 브론테, 박경리 등 글을 쓴 여자들 25명의 이야기를 모았다. 저자가 밝히듯 이 중 "취미로 글을 쓴 여성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들은 모두 글쓰기로 삶의 부조리에 맞섰다.

    지독한 전쟁의 결과는 이 책의 목차가 말해준다. "글 쓰는 여자는 빛난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자기 자신과 싸운다", "결국 승리한다", "멈추지 않는다",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읽고 쓰는 길을 택한 이라면 이 멋있는 여자들의 삶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움트는 것을 느낄 것이다.

  • 조용한 아내
    A.S.A. 해리슨 (지은이), 박현주 (옮긴이) | 엘릭시르 | 2020년 2월 "아들러 심리학으로 파헤쳐 쓴 가정 스릴러"

    학식 깊은 심리상담사 조디와 야심찬 건축 사업가 토드는 완벽한 한 쌍의 부부로 보인다. 호화로운 아파트에서 우아하게 이어져온 이십 년의 결혼 생활, 그 이면에는 백조의 발길질과도 같은 조디의 노력이 있었다. 계속되는 토드의 외도와 거짓말도 '안정'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위해서라면 덮어야 했다. 안온한 일상을 위해 조디는 뭐든 할 수 있었다. 그 날, 토드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된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파국을 앞둔 이 부부에게 처음부터 가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첫눈에 서로를 발견하고 사랑에 빠졌던 두 사람을 이토록 변화시킨 것은 무엇일까. 소설은 그 어떤 일에도 차분하게 대응하는 조디의 모습과 닮은 문체로,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외면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변화와 그 감정의 화학 작용을 훑는다. 극중 아들러 심리학을 전공한 조디의 냉철한 심리 분석과 섬세한 문장이 자칫 뻔한 클리셰로 보일 수도 있는 스토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화가 확정되기도 했다.

  • 대한민국 부동산 초보를 위한 아파트 투자의 정석
    제네시스박 (지은이)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3월 "내 집 마련도 투자자의 시선으로!"

    지역 부동산 카페에서 아파트 추천을 받아 보면 한결같이 자기네 아파트가 좋다는 댓글들이 달린다. 내가 살고 있는 집,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부심이랄까. 살아 본 사람에게 그 동네는 최고다. 어떻게 샀던 집인가. 비교적 신축에 구조도 괜찮은 데다가 역세권은 아니지만 출퇴근은 버스로도 충분할 것 같았고 상권도 이만하면 부족함이 없겠다 싶었으며 바로 옆 신도시의 최신 인프라를 함께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집 아니었던가. 문제는 그 만족감을 알 리 없는 외지인에게 집을 팔고자 할 때다. 쭉쭉 오르는 옆동네를 보며 우리는 그 집부심이 과대평가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우리에겐 투자자의 시선이 필요하다. 저자 제네시스박은 이 책에서 실거주자와 투자자의 미묘한 시각 차이를 포착하여 독자들이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부동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흔히들 내 집 마련과 부동산 투자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여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실거주 목적이니까 괜찮다'고 애써 위로하지만, 집값이 오르는 것을 마다할 집주인은 없을 것이다. 언제까지 속앓이를 할 것인가. 이제 부동산 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걷어 내고, 내 집 마련 역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투자라는 것을 명심하자. 어쩌면 인생이 걸려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인사
    김성미 (지은이) | 책읽는곰 | 2020년 2월 "오늘도 시작된 너와 나의 눈치 게임!"

    늑대 아저씨네 옆집에 여우네 가족이 이사를 왔다. 다음 날 아침, 여우와 늑대 아저씨는 집 앞에서 마주쳤지만, 첫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돌아섰다. 여우는 아침부터 엄마에게 혼이 났고, 늑대 아저씨는 고장 난 시계 때문에 늦잠을 잤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꼭 인사해야지!’ 마음먹지만 번번이 머뭇거리다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러는 사이에 불편한 마음은 점점 커지고, 불필요한 오해도 점점 쌓여 가는데….

    사회생활의 기본은 '인사'라고 말하며 부모는 아이들에게 항상 '인사'를 가르치지만, 정작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에게 먼저 인사 건네는 일은 어른에게도 용기가 필요하다. 어쩐지 어색해서, 그 전에 안 했으니까, 상대방이 무시하지 않을까, 못 본 척 지나칠까... 머릿속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어색하게 눈치만 보고 있다. 김성미 작가는 우리가 이웃을 마주치고 인사를 고민하는 순간과, 그 순간의 복잡다단한 마음을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3.132020
  • 다소 곤란한 감정
    김신식 (지은이) | 프시케의숲 | 2020년 3월 "55개의 단상, 감정사회학"

    사진잡지 <보스토크>의 단행본 편집장 김신식의 '심정' 3부작 중 1권이 출간됐다. 55개 단어 아래 상황과 해설을 덧붙인 '감정사회학' 도서다. 저자는 감정에도 위계가 있다고 말하며 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위계를 꼬집는다. 감정이라는 주제의 특수한 성격상 연구자는 타인을 분석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일을 필연적으로 해내야 할 텐데, 그는 자신의 감정을 (어쩌면 수치스러울 수 있는 부분까지) 솔직하게 직시함으로써 이 작업을 충실히 해낸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사회인으로 맞닥뜨린 상황들을 당신이 꼼꼼히 돌아보고자 할 때 감정이 '고려 사항이 될 수 있음'을" 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여러 사회적 상황에 대한 촘촘한 분석은, 독자들이 상황이나 행동에 대한 인식 너머의 감정 요소를 고려하게 하는 데 성공한듯하다. 시인 김소연과 문화연구자 엄기호가 추천했다.

  • 모월모일
    박연준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3월 "평범한 모월모일, 그 애틋한 기록"

    인생에서 특별하고 빛나는 날은 과연 며칠이나 될까. 살다 보면 인생은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이며, 찬란한 순간은 아주 잠시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박연준 시인은 가능한 한 찬란한 날만 골라 서 있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노라고, 결국 작은 신비는 평범한 날들에 있었노라고 말한다. 작은 모과 한 알에서부터 시작된 평범한 모월모일, 그 시간에 깃든 애틋한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김밥, 카페, 머플러, 발레, 여름비, 가을밤, 오래된 어떤 것... 작고 평범한 것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생기 있는 언어로 써내려간 산문들이 한 장 한 장을 채워나간다. 조금 서늘하고, 조금 쓸쓸하고, 또 조금 웃기는 모월 모일의 이야기들은 마음을 두드리며 가만한 위로를 건넨다.

    오랫동안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던 그의 첫 산문집 <소란>이 새로운 표지로 재출간되었다. <모월모일>과 함께 읽는다면 보다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최현우 (지은이) | 문학동네 | 2020년 3월 "시인의 시작, 최현우를 만나는 봄"

    시인은 언제 시인이 될까. 만약 그 기준을 거칠게 '등단'으로 정할 수 있다면 최현우는 2014년에 시인이 되었다. 시인이 된 후 6년 만에 엮은 첫 시집, 20대를 건너며 모은 진솔함이 빛난다. "면접관 앞에서 떨었던 오후에는 / 햇빛에 다른 빛이 들떠 번들거렸다 / 한참을 걷다가 간이화장실에 들어가 / 표정에 비누칠을 했다" (<회색이 될까> 中) 이렇게 내가 아닌 무엇이 될 수 있다고 칠하며 지나온 시간. '아름다운 마음들이 여기 있겠습니다' (3부의 제목) 라고 말하면 아름다움이라는 추상적인 무엇을 실제로 손에 쥘 수도 있게 될까, '만질 수 없는' 것을 향해 닿게 될 수도 있을까 바라는 시간들. '인간의 마음을 믿고자 했던 우리의 순수함 같은 것이 낳은 결과가 이렇다니'(선우은실의 해설 중) 같은 것을 되뇌며 보내는 불면의 밤. 우리는 이런 시간을 감히 청춘이라고 부른다.

    그 청춘의 시간을 지나며 최현우가 모은 63편의 시. 사람의 마음은 때론 '불행은 편지였다 / 언젠가는 도착하기로 되어 있고 / 언제 올지는 몰랐으므로' (<컵> 中) 같은 생각에 젖어들기도 하고, 또 때론 '반짝거리는 모든 세상에는 좋은 슬픔이 있었을 거다' (<깨끗한 애정> 中) 같은 납득을 향해 도달하기도 한다. '‘견딤’을 견디는 것이 어려우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해설 중) 번민하면서도 얼음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의연함을 담은 시, '스물의 나를 / 서른의 내가 닫고서' (작가의 말) 최현우의 처음이 봄의 독자에게 도착했다. 3부를 여는 시 <한겨울의 조타수>는 다음과 같은 3행으로 마무리된다. 이 항해의 아름다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여전히 어떤 사람과 나는 남아서
    쇄빙선처럼
    얼음의 방향으로 간다

  • 조이 오브 워크
    브루스 데이즐리 (지은이), 김한슬 (옮긴이)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3월 "일하는 재미, 모두 함께 찾아라!"

    번아웃 증후군은 너 나 할 것 없는 세상 모든 직장인의 고질병인 것 같다. 꿈의 직장인 구글과 유튜브에서 근무했었다는 저자마저 이런 책을 쓸 정도니 말이다. 직장 생활이 지치고 힘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이 재미가 없거나 일터가 재미가 없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후자에 보다 주목한다. 회사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 기업문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일의 즐거움을 되찾기 위한 핵심을 '충전, 공감, 자극'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제시하고 30가지 세부적인 지침들을 소개한다.

    현재 트위터 유럽지사 부사장인 저자는 리더가 살뜰히 보살피지 않아도 좋은 직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훌륭한 리더가 좋은 사내문화의 충분조건은 아닌 셈이다. 말인즉 조직의 구성원 모두가 이 문제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결국 이 책은 경영자와 직원들, 팀장과 팀원이 함께 읽고 공유해야 한다. 아마도, 일을 바꾸거나 일터를 떠나는 것보다 업무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수월할 터다. 그러니 회사가 알아서 해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 제안으로 사내 문화와 업무 방식을 개선해 보자. 우리 모두의 즐거움을 되찾기 위해 말이다.

3.172020
  • 녹나무의 파수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양윤옥 (옮긴이)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나무"

    외진 곳에 자리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월향신사'. 이곳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영험한 '녹나무'의 존재다. 고목이 내뿜는 기묘한 아우라에 방문객들은 압도되어 숨을 삼킨다. 우연히 녹나무를 지키는 일을 맡은 신참 레이토에겐 이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처음엔 단순한 미신으로 치부했지만, 그렇다기엔 녹나무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태도가 심상찮다. 대체 무슨 소원을 빌러 오는 것인지, 소원이 이뤄지긴 하는 것인지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지만, '녹나무의 파수꾼'은 아무것도 물어선 안 된다는 경고가 떠오르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 <녹나무의 파수꾼>이 역대 최초로 한국, 일본에서 동시 출간됐다. 그간 히가시노의 수많은 작품을 번역해온 양윤옥 역자조차도 '옮긴이의 말'을 통해, "삼엄한 비밀 유지 조건" 하에 "이제 막 작가의 펜 끝에서 떨어진 원고"가 실시간으로 날아온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고 그 현장감을 생생히 전한다. "녹나무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 녹나무 파수꾼 일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 깨닫는 날이 올 거예요." 레이토가 일을 시작할 때 들은 수수께끼 같은 말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녹나무를 찾는 이들의 사연을 통해 레이토는 결국 무언가에 가닿게 될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잇는 또 하나의 신비롭고 따뜻한 이야기가 봄의 기운을 타고 독자를 찾아왔다.

  • 이게 정말 마음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지은이), 양지연 (옮긴이)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2월 "누군가 미워질 때, 이 마음을 어떻게 하지?"

    문득 '저 사람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 때, 나도 모르게 자라난 이 미워하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곤란한 순간들에 힘이 되어주기 위해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가 돌아왔다. 작가는 단순히 누군가를 미워하지 말자거나 어떻게든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찾아보자고 하는 대신, 미움에 맞서는 유쾌 통쾌한 방법들을 펼쳐놓는다.

    싫은 사람을 조그맣게 만들어 찰싹 눌러버린다든가, 꿀벌을 조종해 머리 위를 날아다니게 한다든가, 아니 어쩌면 그 사람도 무언가에 조종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모든 것이 나를 노리는 거대한 음모가 아닐까? 온갖 상상을 동원해 물리쳐보려 하지만 싫은 마음은 좀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이라니. 이 문제에 정답은 없겠지만, 어떻게 해도 되지 않을 마음이라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잠시 동안은 그냥 그 마음 그대로인 채로도 괜찮지 않을까. 미움 역시 다른 감정들과 마찬가지로 내 마음의 일부임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그 녀석에게 지배당하지 않도록 나를 좀 더 단단히 해보자.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그만큼 더 넓어질 테니까.

  •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20년 3월 "요조.김혼비 추천, 박상영 첫 에세이"

    점심 식사를 아무리 든든하게 챙겨 먹어도 어김없이 오후 3,4시경 온몸에서 당이 필요하다며, 당을 충전하라고 아우성이다. 고칼로리의 사탕과 초콜릿을 한 움큼 집어먹고 난 후에 비로소 퇴근 시간까지 버티는 것이 가능해진다. 고단한 하루의 마무리는 치맥이 진리다. 소화 불량으로 밤새 잠 못 이루고, 날이 밝으면 내가 기필코 다이어트를 해야지 다짐하지만 시도조차 안(못)한다.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큰 사랑을 받은 소설가이자 직장인 박상영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이야기다.

    소설가 박상영은 스물여섯 살 때 첫 직장에 들어간 이후 잡지사, 광고 대행사 등 다양한 업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나들며 7년 동안 일했다. 등단 이후에도 직장 생활과 집필을 병행하는 '투잡' 노동자였다. 네 권의 책을 성실히 써내는 3년 동안, 자기혐오, 원인 모를 두통과 미열, 우울증, 공허함, 후회, 환멸 등과 치열하게 맞서 싸웠으나, 매번 실패했고, 매번 다시 일어섰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과 20대의 연애와 퇴사, 그리고 기대와 다르게 그저 그런 날들이 이어진 퇴사 이후의 삶까지, 작가는 힘 빼고 거침없는 솔직함과 위트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대체적으로 재밌지만 사이사이 서글픈 감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내내 웃기만 할 수는 없다. 김혼비 작가의 말처럼 '단짠단짠' 한 위로의 책이다.

  •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제레드 쿠니 호바스 (지은이), 김나연 (옮긴이) | 토네이도 | 2020년 3월 "뇌과학자처럼 커뮤니케이션하라!"

    우리는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얻는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가? 어떤 매력으로 상대를 설득할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오늘도 많은 독자들이 설득과 화술에 대한 책을 읽는다. 아마도 '말'의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터. 그러나 '말을 멈추고 영향을 미치라'는 이 책의 원제가 이야기하듯, 저자는 커뮤니케이션은 말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임을 강조한다. 하버드 의대에서 젊은 석학으로 인정받은 그는 이 책에서 뇌과학자의 시선으로 커뮤니케이션의 여러 과제들을 하나씩 풀어 간다.

    책은 시각과 청각, 공간과 기억, 연습과 망각 등으로 상황을 구분하고 그 각각의 의사 결정 국면에서 우리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12가지 뇌과학 도구들은 비즈니스와 인간관계는 물론 학습과 업무에 꼭 필요한 지혜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그 중 '한 번에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지침이 눈에 띈다. 멀티태스킹은 어떤 상황에서도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 뇌는 우리의 마음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자. 그것이 바로 성공적 커뮤니케이션의 지름길이다.

3.202020
  • 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지은이), 유강은 (옮긴이),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낯선 사람과 온전히 마주하기"

    첫인상의 강력함과 선입견의 무서움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 판단의 시간이 단 몇 초에 불과하다는 연구도 있다. 이는 비단 외적인 측면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짧은 시간 동안 수집한 몇 가지 단서, 특히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지레짐작한다. 그렇게 파악한 상대방의 의중은 그 사람의 본심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의사소통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스로의 해석 능력을 과신하여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했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 상대가 낯선 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그러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세계적 저술가 말콤 글래드웰이 6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3년에 걸쳐 집필했다는 이 책에서 그는 몇 가지 사건의 현장에서 있었던 실제 대화 내용을 끌어와 타인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조목조목 분석한다. 그는 '우리가 우리 사이에 있는 낯선 사람에 관해 알아내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확고하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타인에 대한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며, 우리는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했던 기존의 전략들을 모두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독자들은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이라는 말만 듣고서도 어떤 식으로든 판단을 내렸을 터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그 판단을 보류해야 한다. '낯선 이들 앞에서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라'는 책의 메시지는 '함부로 예견하고 재단하지 말라'는 나심 탈레브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아니 어쩌면, 말콤은 우리는 서로에게 모두 타인이며 완전한 이해는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는 말이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누가 아는가? 내용보다는 맥락에 주목하여, 책의 진짜 메시지를 찾아, 낯선 이 책에 한 걸음씩 다가가 보자.

  • 이상한 수학책
    벤 올린 (지은이), 김성훈 (옮긴이) | 북라이프 | 2020년 3월 "수학자처럼 생각하기"

    정규 교육과정을 지나온 이들에게 수학의 이미지란 빠르게 흐르는 시간 앞에서 초조해하며 의미도 모른 채 무시무시한 문제들을 마구 풀어재끼던 기억 같은 게 아닐까. 수학을 사랑하는 일부 천재들에겐 해당 사항 없겠지만, 적어도 내겐 그런 공포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이것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지 이 책의 저자 또한 "수학 수업은 아름답고 상상력 넘치고 논리적인 예술을 가져다가 잘게 채를 썬 다음 다시 원래대로 조각 맞추기를 하라는 불가능한 과제를 학생들에게 준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저자는 "수학은 더 나은 설명이 필요하고, 더 나은 설명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수학 교사인 본인이 '그 사람'이라는 결론에 다다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일상 속의 수학 개념에 흥미롭게 접근한다.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 상황들에서 저자는 기하학 확률, 통계 등의 수학 개념을 발견하고 해석한다. 어딘가 많이 부족해 보이지만 귀여운 그림들과 함께! 이 책의 목적은 무섭도록 빽빽한 설명으로 수학 문제의 정답을 맞히게 하는 것이 아닌, 아름답고 예술적인 수학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것. 책을 다 읽을 때쯤엔 수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배심원단
    마이클 코널리 (지은이), 한정아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3월 "스릴러 거장, 마이클 코넬리 신작"

    LA에서 '돈 밝히기'로 유명한 변호사 미키 할러. 뒷골목 범죄자들을 주 고객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챙겨온 화려한 시절은 뒤로 한 채 최악의 평판으로 고생하고 있다. 자신이 변호해 석방시킨 의뢰인이 음주운전으로 무고한 시민을 죽였기 때문. 뚝 떨어진 일감에 국선변호인이 포기하는 의뢰인을 찾아 법정 복도를 배회하던 그에게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라는 구원자가 나타난다. 어마어마한 선수금 앞에서 "죄책감은 죄책감이고, 수임료는 수임료다"라고 되뇌며 변호를 맡으려던 미키는 살해된 인물을 확인하고 두 눈을 의심한다. 피해자는 그가 한때 사랑했던 여인, 글로리아였던 것. 의뢰인은 생전 글로리아의 추천으로 연락처를 받아 미키를 찾아왔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데…

    결국 그를 변호하기로 결심한 미키는 오직 돈만을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이 변호의 이면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는 걸까. 범죄자 편에 선다는 비난에 대해 "법은 무른 납과 같아서, 구부려서 원하는 대로 모양을 만들 수 있다"며 변호사로서의 직무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합리화하다가도, 의뢰인에게 '단죄의 신이 단 한번도 웃어준 적 없는 사람들'이라는 자조적인 동질감을 느끼는 미키. 그 진솔한 모습에 그를 미워할래야 미워하기 힘든 이상한 매력이 있다. 스릴러 거장 마이클 코넬리가 "플롯이나 법정공방에 기대지 않고 캐릭터의 힘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소설은 <배심원단>이 처음이었다"는 평과 함께 자신의 법정 스릴러 중 최고작으로 꼽은 작품이다.

  •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마스다 미리 (지은이), 박정임 (옮긴이) | 이봄 | 2020년 3월 "가장 수짱다운, 가장 나다운 이야기"

    2012년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로 우리의 마음을 몽땅 사로잡았던 수짱이 돌아왔다! 이듬해에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를 통해 '어?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 싱글의 삶'에 대해 찬찬히, 그리고 깊이 얘기하는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 덕분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수짱은 다시금 친구와 가족과 내 삶을 들여다보게 해준다.

    이제 수짱은 마흔이 되었다. 어렸을 땐 어른이 되면 내가 많은 걸 깨닫고 알고 있으리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난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관계는 버겁고, 삶은 또 그렇게 흘러간다. 다시 돌아온 수짱 또한 그렇다고 한다. 이 책은 수짱이 고민 많은 나에게, 우리에게 내미는 작은 손이다. 그래서 가장 마스다 미리다운, 가장 수짱다운, 그리고 가장 나다운 이야기인 것 같다. 우리 모두가 행복하면 좋겠다.

3.242020
  • 코스모스
    앤 드루얀 (지은이), 김명남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3월 "칼 세이건 <코스모스>의 정식 후속작"

    올해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출간된 지 40년이 된 해다. 40년간 다큐멘터리의 누적 시청자는 7억 명, 도서 판매량은 1000만 부. 전 세계가 <코스모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칼 세이건의 지적 여정을 함께 했던 배우자 앤 드루얀이 이제 그 영혼을 이어간다. "이야기의 수렵 채집인"을 자처하는 그는 이번 책에서 과학, 역사, 예술, 인문을 잇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다.

    앤 드루얀은 아인슈타인의 이 말을 몇 차례 인용한다. "과학이 예술처럼 그 사명을 진실하고 온전하게 수행하려면, 대중이 과학의 성취를 그 표면적 내용뿐 아니라 더 깊은 의미까지도 이해해야 합니다." 책에서 그가 집중하는 것은 오로지 이것이다. 대중이 과학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책이 또 한 권 탄생했다.

  • 고무줄은 내 거야
    요시타케 신스케 (지은이), 유문조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보물을 찾아서!"

    어느 날 손에 넣게 된 고무줄 하나. 잠시 빌린 것도, 누군가와 나눠쓰는 것도 아닌 '오직 나만의 것'을 갖게 된 기쁨에 고무줄과 함께 할 수 있는 무한한 일들을 상상해보는 주인공. 같이 목욕하고 곁에서 잠들기, 고무줄을 타고 가고 싶은 곳 어디까지든 가보기, 외계인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하기….

    작은 고무줄도 보물이 될 수 있을까? 남들이 보기에는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담아 함께 한다면 무엇이든 멋진 보물이 될 수 있음을 요시타케 신스케 세계에 담아낸 그림책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내게 소중한 것이 있을 때, 다른 사람의 소중한 존재들도 바라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 보물을 찾아 떠나보자. 내 보물도, 다른 사람의 보물도 잔뜩 찾는다면 좋겠다. 보물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신미경 (지은이) | 상상출판 | 2020년 3월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일에 관하여"

    작가 신미경은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혼자의 가정식> <오늘도 비움> 등의 에세이를 꾸준히 집필해온 에세이스트로, 나를 지키는 삶의 방식,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이번에 새롭게 펴낸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는 전작들과 결을 같이 하면서도 '적게, 바르게'란 자신만의 기준 아래 조금 더 단단하게 다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번아웃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고생했던 과거가 있었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미니멀 라이프에서 답을 찾아 삶의 방식을 현재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채소 찜을 만들어 부드러운 채소의 단맛을 제대로 느껴보기, 고단하고 마음이 흔들린 날 사우나 딸린 목욕탕에 가기, 레몬 넣은 탄산수와 마들렌으로 기분전환하기, 물을 무서워하고 체력은 없지만 수영 배우는 일에 도전하기, 잘하진 못하지만 무작정 요리 배워보기. 한때는 무얼 좋아하는지 잘 몰랐고, 남들이 욕망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드러냈다고 고백하는 작가는, 이 책에 오랜 시간에 걸쳐 찾은 최소 취향과 그 과정에서 얻은 균형 잡힌 일상의 이야기를 단정하게 담았다. 그리고, 그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일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며,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준다고 말한다.

  • 메모의 마법
    마에다 유지 (지은이), 김윤경 (옮긴이)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3월 "메모를 적다, 인생을 쓰다"

    여기 메모 노트만 수십 권에 달한다는 메모광이 있다. 젊은 스타트업 기업가인 저자는 메모의 힘으로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으며, 우리 독자들 역시 메모를 통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메모의 종류를 '기록'을 위한 메모와 '지적 생산'을 위한 메모로 구분하는데, 달리 말하면 그냥 적는 것과 생각과 고민 끝에 적는 것의 차이랄까. 당연하게도, 그가 말하는 성공의 필요조건으로서의 메모는 바로 후자다. 결국 메모를 한다는 것은 머릿속 생각을 언어화하는 과정, 즉 추상적인 명제를 발견하고 적절한 표제어를 붙이는 일이다.

    그러나 제아무리 생각과 고민을 거쳐 메모를 했다한들, 적기만 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쓰는 과정에서의 메모의 여러 효용에도 불구하고 메모의 본질은 돌이켜보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책의 시선은 메모의 재발견이 가져올 '마법'으로 옮겨 간다. 잠시 오래된 노트들을 꺼내 당시 남겼던 메모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마법같은 인생이 시작될지 아무도 모른다. 어제의 메모에서 오늘을 읽었다면 이제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다. 오늘의 메모가 내일을 만든다는 사실 말이다.

3.272020
  • 동남아시아사
    소병국 (지은이) | 책과함께 | 2020년 3월 "동남아시아, 오늘부터 1일!"

    덥고 습한 기후, 값싼 휴양지, 외국인 노동자, 후진국 혹은 개발도상국 등의 키워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 다름 아닌 동남아시아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3분의 2가 '알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로 4개국 이하를 적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정부는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관계를 격상시키고자 '신남방' 정책을 천명했지만 '동남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아직 성숙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부끄럽고 안타깝게도 일반 독자들이 읽을 만한 문헌과 자료 역시 그들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적 규모에 비해 턱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20여 년간 동남아시아를 공부하고 연구해 온 한국외대 소병국 교수가 오랜 작업 끝에 펴낸 이 책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이다. 동남아 11개국을 포괄하고 고대부터 20세기까지의 역사를 모두 담은 통사로서는 최초의 쾌거이기도 하니, 저자는 물론 우리 역사 독자들 역시 충분한 자랑으로 여길 만하다. 이제 그들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멋진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차례다. 6백여 명의 북펀드 참여자들이 책의 출간을 앞서 축하한 것을 보면,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 다독임
    오은 (지은이) | 난다 | 2020년 3월 "시인 오은이 건네는 다정한 이야기"

    2012년작 <너랑 나랑 노랑> 이후 8년 만에 만나는 오은 시인의 산문집. 몸은 바빠지고 반대로 마음은 허기진 날들을 보내는 가운데 많은 존재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시인. 가족을 돌보고 가까운 이들을 챙기고 반려식물에 물을 주고 책을 껴안으며 자신과 타인을 향한 다독임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여기, <다독임>에서 다독이고 다독임을 받으며 지낸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퇴근 시간의 지하철, 목욕탕에 다녀오는 길, 글 작업을 위해 들른 카페, 고향 가는 길, 산책길 등 보통의 일상에서 마주한 사람, 관계, 일의 이야기들이 편안한 문체로 이어진다. 모든 이야기는 결국 마음의 다양한 모양과 같아 우리의 이야기로 읽히기도 한다. 시인의 시선이 향하고, 마음이 가닿아 탄생한 산문은 누군가에게 따스한 다독임이 되어준다.

  • 스틸니스
    라이언 홀리데이 (지은이), 김보람 (옮긴이) | 흐름출판 | 2020년 3월 "최고의 순간을 붙잡는 고요의 힘"

    쏟아지는 이메일, 불시에 걸려오는 전화, 계속되는 회의와 미팅을 겪어 낸 우리는 붐비는 거리, 답답한 도로, 숨막히는 지하철에 시달리며 집으로 향한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으로 세상을 차단해 보려 하지만 음악 소리마저 소음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바쁜 도시인들이 그 어수선한 일상 속에서 평온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주위 환경뿐만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내면이 더욱 산만할지도 모른다. 지나친 생각, 불필요한 의심, 앞선 추측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우리는 그렇게 현재에 집중할 기회를 잃는다.

    베스트셀러 <에고라는 적>으로 유명한 라이언 홀리데이는 이번 신작에서 평온한 마음의 힘, '정신적인 고요'를 되찾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서고금의 철학과 종교는 물론, 나폴레옹과 존 F 케네디, 타이거 우즈와 마이클 조던 등의 일화를 통해, 머릿속 잡음을 잠재우고 지금 이 순간 우리 눈앞에 있는 소중한 것들에 집중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이제 책을 덮고 메일함을 닫고 알림을 끄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한밤중까지 기다리거나 이른 새벽에 일어날 것까진 없다. 고요는 이미 우리 안에 있으니까.

  • 얼음나무 숲
    하지은 (지은이) | 황금가지 | 2020년 3월 "완전하게 돌아온 하지은의 '에단'"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 사람은, 이 사람의 음악은 영원할 것이란 걸." (30쪽) 1628년, 예언자 '키세'가 종말을 고했던 그 해의 마지막 날 아나토제 바옐의 마지막 연주회가 열린다. 음악의 도시 에단의 가장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인 바옐은 영원한 마에스트로(드 모토베르토)라는 영예를 얻기도 했었다. 종말을 앞두고 있다는 소문이 떠도는 어수선한 한 해의 끝, 끔찍한 살인사건의 진실, 연주자를 죽게 만든다는 불길한 바이올린 '여명'과 신비의 '얼음나무 숲'에 대한 전설. 그 모든 불길함을 조롱하듯 펼치는 바옐의 연주를 서술자인 피아노 연주자 고요 드 모르페가 바라보고 있다. 15년 전 에단 음악원에서 시작되는 그들의 이야기는 이 연주가 펼쳐지는 카논홀의 장면에 반드시 가닿을 것이다.

    소설은 Overture에서 시작해 Fine에서 마무리된다. 평범한 연주자라면 쉽게 도전할 수 없을 법한 화려한 연주곡처럼, 하지은의 소설은 유려한 문장으로 악장이 변화하듯 이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연주한다. 낮은 신분으로 태어나 오만한 태도로 관객을 조롱하듯 연주를 즐기는 천재 바이올린 연주자 바옐과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다정하고 친절한 피아노 연주자 고요. 바옐의 무수한 관객이 아닌, 그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청중'이 되고 싶은 욕망은 고요를 성장하게 한다. 서로 대비되는 두 천재는 서로를 갈망하고 동경하며 아름다운 것을 꿈꾼다. 에단의 설립자인 익세 듀드로는 일생 동안 한 나무만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 나무가 타오르며 얼어붙은 나뭇가지가 떨어진 자리에 다시 나무가 생겨나 만들어졌다는 전설의 '얼음나무 숲'처럼 신비로운 이야기가 12년 만에 돌아왔다. 아나토제 바옐의 과거를 다룬 외전이 함께 수록되어 더욱 완전해진 이야기가 연주를 시작한다.

3.312020
  • 책 읽기의 끝과 시작
    강유원 (지은이) | 라티오 | 2020년 4월 "강유원이 말하는 책 읽기와 서평 쓰기"

    이 책, 총 491페이지다. 꽤 두껍다. 이 무슨 시시한 책 소개냐 하겠지만 두께가 중요하다. 정독과 다독의 철학자 강유원이 15년간 쓴 서평을 모은 책이다. 글들을 단지 묶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를 '책 읽기의 끝과 시작'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독서의 단계별로 다채롭게 구성했다. 그래서 두께가 의미를 가진다.

    책은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책을 고르는 법이다. 주제 정하기, 표지 분석, 서론 읽기 등 의외로 아주 기초적인 방법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설명한다. 각 설명 옆에 어울리는 도서의 서평을 곁들였다. 2장에서는 서평 쓰는 방법을 알려준다. 읽은 책 본격적으로 '자기화'하려는 독자에게 필요한 단계다. 열심히 읽고 기억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모두 휘발되어버렸음을 깨닫고 허망한 기분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기억과 기록의 중요성을 알 것이다. 그런 이들이 2장을 꼼꼼히 읽어보면 좋겠다. 3장은 서평들을 주제별로 엮어 이를 통해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강유원의 서평을 본격적으로 즐기고 싶은 독자라면 3장으로 직행해도 좋다. 이에 더해 이제는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장미의 이름> 읽기>까지 부록으로 붙었다. 책 한 권이 통째 '책 속의 책'으로 들어가 있다. 통 큰 책이다.

    이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책을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처음부터 통독을 해도, 원하는 단계의 장만 골라 읽어도, 주제 상관없이 서평만 즐겨도, 하다못해 부록만 정독해도 좋겠다. 이 두꺼운 메타 서평집 중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부분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만 취해도 아깝지 않을 책이다.

  • [세트] 조식 + 해장 음식 - 전2권
    이다혜, 미깡 (지은이) | 세미콜론 | 2020년 3월 "식탁 위 특별한 이야기 '띵' 시리즈"

    세미콜론에서 새롭게 론칭하는 에세이 시리즈 '띵'. 구체적인 음식이나 평소 자주 쓰는 식재료에 관한 다양한 색깔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음식 에세이 시리즈로, 맛있는 것을 먹는 순간의 행복과 특정 음식에 얽힌 특별한 순간을 맛깔나는 글로 빚어 한상 푸짐하게 차려놓는다. 시리즈의 문을 여는 두 권은 이다혜 기자의 <조식>, <술꾼도시처녀들>의 작가 미깡의 <해장 음식>이다.

    이다혜 기자는 독거인의 모닝 곱창전골, 새해 첫날의 떡국, 여행지의 조식, 영화 속 식탁까지, 작가가 만난 아침밥 이야기를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낸다. 타고난 술꾼이자 이야기꾼 미깡 작가는 음주생활과 해장생활을 몸소 체험하여 발견해낸 최고, 혹은 최악의 해장 음식을 공개한다. 술꾼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특별한 사연과 팁이 알차게 담겨 있다. 두 권 모두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은 담뿍 담고, 힘은 조금 빼고 써내려간 에세이라 부담 없이 술술 읽힌다. 박찬일의 '짜장면', 김민철의 '치즈', 정이현의 '둘이 먹는 밥', 배순탁의 '평양냉면' 등 이후 선보이게 될 책들 역시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일지 기대된다.

  •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 김소연 (옮긴이) | 북스피어 | 2020년 4월 "미야베 미유키, 동네 탐정 사무소의 활약!"

    전직 출판사 편집자로 지금은 작은 탐정 사무소를 개업해 동네 사람들의 각종 의뢰를 받고 있는 스기무라 사부로. 이번에 그를 찾아온 이는 입원한 딸과 한 달이 넘도록 연락이 안 되어 슬픔에 빠진 여성이다. 의뢰인 하코자키는 '자살 미수'로 병원에 실려간 딸과의 연락을 완전히 차단당한 채,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장모님 탓이라는 사위의 비난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모녀 사이가 돈독했기에 어떤 일도 터놓을 수 있다고 믿었던 하코자키에겐 청천벽력같은 일이다. 감미로운 신혼의 나날을 누렸어야 할 그의 딸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일까. 스기무라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행복한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여성을 향한 '번들거리는 욕망'을 감춘 역대 최악의 비열한 적수를 상대해야 한다. 사람 좋고 소심한 성격에 얼핏 탐정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 스기무라지만, 그만의 신중함과 타인의 입장에 서는 공감 능력으로 사건을 차곡차곡 해결해 나간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온해 보이는 일상 속 균열과 어둠을 끄집어내는 미야베 미유키의 장기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한다. 일본 출간 당시, 마치 예언한 것처럼 비슷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기도 한 작품이다. 초보의 티를 벗으며 본격적인 탐정으로 거듭난 스기무라. 그의 다음 행보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 내 인생 구하기
    개리 비숍 (지은이), 이지연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3월 "방전된 이들을 위한 급속 충전기"

    2020년도 어느덧 4분의 1이 지나갔다. 새해 결심들을 얼마나 행동에 옮겼는지, 삶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사실 행동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동기부여 책들이 우리의 마음을 들썩이게 하지만 막상 책을 덮고 나면 끝인 경우도 많다. 그런 상황이 못내 답답했는지, 전작 <시작의 기술>을 미국에서만 100만 부나 팔아치운 저자 개리 비숍이 더욱 강력한 메시지로 돌아왔다. 아직도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을 독려하기 위해 말이다. 전작을 읽었다면 알겠지만, 뼈를 때리는 문장들의 청량감도 여전하다.

    저자는 지치고 버겁고 의욕이 없으며, 미래가 두렵고 걱정되면서도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이용하라고 당부한다. 그냥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저자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더는 계속할 수 없다는 생각'을 단단히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하며 확고한 결심을 주문한다. 그는 묻는다. 과거를 위해 싸울 것인가, 미래를 위해 싸울 것인가? 계속 그렇게 스스로의 인생에 훼방을 놓을 것인가, 자유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미룰 일을 또 하나 추가할지 아니면 당장 일어나 움직일지, 선택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