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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성윤석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6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창녕

직업:시인

최근작
2024년 4월 <사랑의 다른 말>

2170년 12월 23일

한 권이면 족하지 했는데 다시 시집을 묶는다. 계면쩍다. 이 계면쩍음이 나중에는 뻔뻔해질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간이 두렵지만 불화와 불우 그리고 불후가 진눈깨비처럼 내리는 거리를 홀로 쏘다니며 인간의 삶을 다시 하청받겠다. 내내 어딘가 불안해 보이고 불편해서 겨 우 서 있는 듯한 문장만이 내 곁에 있을 것이다. 2019년 7월

공중 묘지

지나다니며, 유독 눈길을 끄는 무연분묘 한 채가 있었다. 유족들이 버린 게 아니라 마치, 스스로 모든 것을 거부하는 듯, 쇠뜨기, 바랭이, 쑥부쟁이로 치장을 한 죽은 자의 집. 바로 옆에서 이게 바로 맑은 초록이라고 말하는 듯 바람에 풀씨 날리는 장관을 연출하는 공동묘지는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유머일까. 너희들의 방은 어디냐고. 그 방의 불빛은 오늘 밤도 환하냐고. 언젠가는 버림받거나, 버릴 공중의 방. 아직 젊은 아우가 죽자, 그나마 어머니는 작은방과 TV와 가구들을 내다 버리고 스스로 정신병원으로 걸어 들어갔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필요치 않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앉은, 60년대에 지은 낡은 묘지 관리 사무소 앞에서 며칠 전부터 뻐꾸기 한 마리가 날아와 온종일 울다 간다. 어디 알을 잘못 낳아 놓았는지 지치지도 않고 뻐꾸기는 운다. 그리고 어두워질 때까지 혼자 앉아 있는 나에게 말한다. 내가 네 어미란다. 너는 남의 둥지에 방을 빈 뻐꾸기 새끼란다.

멍게

고단하지만, 다시 홀로 언덕에서 우아해질 목련을 기다린다. 기다리고 있다고 나는 말한다.

밤의 화학식

실험실에서 끄적인 메모들을 시로 옮겼다. 오래 입에 머금고 있던 것들을 삼키지 못했다. 미안하다. 여기까지가 논픽션이다. 이제 픽션의 세계로 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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