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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문학일반

이름:임헌영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1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의성

최근작
2023년 3월 <눈동자와 입술>

임헌영

중앙대학교 국문학과․동대학원 졸업. 1966년 〈현대문학〉에 평론 〈장용학론〉과 〈니힐과 반항〉으로 등단. 평론 〈전쟁 속의 인간상〉(1969), 〈도전의 문학〉(1969), 〈미학의 사회적 기초〉(1971), 〈참여와 어용〉(1977), 〈한의 문학과 민중의식〉(1984), 〈4․19와 한국소설〉(1985), 〈카프문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1989) 등을 발표. 중앙대 문창과 교수와 민족문제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지은책 《한국근대소설의 탐구》(1974), 《창조와 변혁》(1979), 《문학의 시대는 갔는가》(1983), 《민족의 상황과 문학사상》(1987), 《임헌영 평론집》(1988), 《변혁운동과 문학》(1989) 등을 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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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

저자의 말

<눈동자와 입술> - 2023년 3월  더보기

모파상은 문학에 매달려 “나를 위로해 주오. 나를 즐겁게 해 주오. 나를 슬프게 해 주오. 나를 감동시켜 주오. 나를 꿈꾸게 해 주오. 나를 웃게 해 주오. 나를 두렵게 해 주오. 나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해주오. 나를 사색하게 해주오”라고 애원한다. 그러려면 누구나 푸근하게 쉬어가고 싶을 정도로 인간미가 넉넉하거나, 입심에 재기 넘치는 감수성까지 갖춰야 하건만 나라는 인간은 그저 무덤덤한 게 영 밥맛이니 글쟁이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부족한 사람이 뭔가 하려면 남다른 피와 땀과 눈물로 얼룩진 체험이나 탐색, 혹은 하다못해 깊은 사색이라도 해대는 열성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도통 그런 정성도 쏟을 줄 모르는 데다 약간 게으르면서도 간접체험으로도 감쪽같이 땜질할 수 있는 직업인 문학평론가가 되어버렸다. 20대 중반부터 내 어깨에 달고 그걸로 밥을 먹어온 지가 어언 60년이 가까워 오건만 연륜이 쌓일수록 첩첩산중이다. 그 갑갑한 인생의 후반 길에서 살짝 객기를 부려 본 것이 수필 쓰기다. 굳이 변명하자면 평론만으로는 뭔가 내 답답한 인생살이를 토로할 길이 없기에 고백이나 하소연처럼 틈새 시간에 써댄 글들을 나는 ‘잡감문(雜感文)’이라 부르기를 좋아한다. 이 술어는 작가 루쉰〔魯迅〕이 소설이 아닌 글들을 모아 펴내면서 붙인 명칭으로, 원래 뜻이야 온갖 상념과 잡념들이란 취지겠지만 사실 인생살이 그 자체가 따지고 보면 너나없이 다 ‘잡놈’에서 오십 보 백 보 아닐까. 백 보 밖에서 보면 누구나 잘나 보이지만 그 안으로 가까이 다가서 보면 한낱 잡놈에 다름 아닌 인생들! 그러니 잡감문이란 잡놈의 이런 생각 저런 망상일 수밖에 없다. 루쉰의 잡감문 중 이런 게 있다. 한 고귀한 댁에서 아들을 얻어 한 달을 맞아 축하잔치를 열었다. 100일 축하연인 우리와는 달리 중국은 한 달 만에 우리의 백일잔치 같은 행사를 한단다. 축하객들이란 어디든 덕담을 늘어놓기 마련이라 그 아이가 자라면 부자가 되겠다거나 높은 벼슬을 하겠다는 등 태연스레 거짓 예언들을 남발해댔다. 그런데 인간이란 존재는 이런 중에도 꼭 엉덩이에 뿔이 나서 어깃장을 놓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흰소리가 거슬렸던 한 사나이가 “이 아이는 분명 죽을 겁니다”라는 만고의 진실을 선포했다. 그러자 죽도록 얻어터진 이 정직한 인간의 하소연에 대한 모범답안을 루쉰은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선생님, 저는 거짓말도 하기 싫고, 얻어맞기도 싫어요. 그러면 어떻게 말해야 하지요?” “그래, 그럼 이렇게 하려므나, 우와―! 이 아이는 정말! 이걸 보세요! 얼마나… 어이구! 하하! 허허허 헛, 허허허허!” ― (루쉰 〈헛, 허허허허!〉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이욱연 편역, 도서출판 창, 1991) 생판 거짓말에서 얼버무릴 만한 원숙의 경지에 이르려면 만고풍상 인생 계급장을 몇 단계나 껑충 넘어야 할 것이다. 촌철살인의 경지라 나도 이런 잡감문을 쓰고 싶다. 따지고 보면 아무런 경이로움이 없건만 감탄사를 늘어놓는 그 자체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굳이 따진다면 거짓이거나 과장법이라 진실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진수성찬 앞에서 최소한 이 정도는 하는 게 잡놈들의 처세술이니 어쩌겠는가. 이렇게 아득바득 살다가도 가끔은 감상에 촉촉이 젖어들면 아비규환에 복마전인 세상이 갑자기 아름다워질 때도 있다. 아, 한 송이 꽃, 저 무심한 구름, 그리고 넉넉한 하늘, 어딜 둘러보나 바라보이는 의젓한 산, 나무, 바다, 호수, 무지개, 아, 무지개… 그런 글만 쓰면서 한유를 즐길 수는 없을까. 아무리 서정적인 음악을 들으며 고소하고 달콤한 글을 쓰려고 용을 써도 어느새 슬그머니 냉혈한처럼 따지며 파고드는 논리성으로 빠져들고 만다. “내 손에 호미를 쥐여다오”라고 시인 이상화는 절규했다. 망치를 잡고 사유하고 피로 쓰라고 니체는 호소한다. 그런데 나는 고작 냉철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만 두드리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가슴이 메마른 도구적인 인간형으로 바뀌어버렸던가. 평론가란 직업 탓일까. 그러니 내 글이 베스트셀러 되긴 틀린 건가! 그래도 혹시 운 좋게 될지 몰라? 평론집보다는 쉽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잖아. 문고본이라 책값도 싸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잖아? 요즘 누가 지하철에서 책 보는 거 봤어? 다 휴대폰에서 만화나 게임에다 코를 박지! 참 세상 천박해졌지? 그래도 내 책은 볼 거야, 워낙 재밌거든. 글쟁이들은 거의 다 이렇게 착각할지 몰라. 어휴, 제발 꿈 깨셔! 이런 턱없는 기대감으로 내 솜씨가 허락하는 온 힘을 다 쏟아내 순수하고 서정적인 글들만 모아 본 것이 이 문고본 《눈동자와 입술》이다. 운명이니 팔자니 하는 고정관념을 시니컬하게 다룬 게 〈운명론에 대한 변증법적 만상〉이다. 사주, 관상이 다 거지 팔자라도 넉넉하고 복스럽게 살 수 있는 요지경 같은 팔자 고치기가 얼마나 쉬운가를 파헤쳐 본 글이다. 그런 복된 삶을 위해 가장 절실한 건 건강이기에 그 유지 비법을 〈국민보건체조+낙지춤〉에서 따져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복되고 건강해도 언제나 시큰둥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화만 버럭버럭 내지르는 인간상들에 분노 조절 비법을 공개한 것이 〈30초 안에 화 가라앉히기〉다. 요즘 세상은 웃음이 만병통치 보약이라며 웃음을 전파하려는 온갖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내 견해는 다르다.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의 모든 감정은 인간의 기본적인 자연권이기 때문에 그걸 속시원하게 잘 발산만 하면 웃음에 뒤지지 않는 행복 노다지라는 게 내 경험이자 인생철학이다. 실컷 울거나 지랄발광해대며 분노 터뜨리기, 미운 놈에게 온갖 쌍욕을 해대기, 허기졌을 때 진수성찬 맘껏 먹기 등등이 얼마나 통쾌한가! 그래서 나는 감히 통곡 동호회, 욕하기 동호회, 유머 동호회, 사랑하기 동호회 등등을 조직하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남의 흉보기가 주는 쾌락은 내 인생삼락의 하나다. 이런 정신적인 열락에 드는 경지를 나는 〈통곡의 철학〉과 〈데모니쉬 혹은 지랄〉에서 다뤘다. 세상이 온통 미친 듯이 돌아가니 제대로 살아가려면 가끔씩은 나도 지랄발광해대야 어울릴 수 있지 않겠는가. 이만하면 마음이 좀 넉넉해졌으니 세상으로 잠시 시선을 돌려 본 게 〈바람둥이들이 가는 지옥〉과 〈돈 후안과 카사노바〉 그리고 〈국민재산이동 관리법〉이다. ‘바람피운다’는 건 만국 공용어로, 단테는 바람둥이들이 가는 제2지옥에 걸맞는 형벌로 태풍이 불게 했다. 그러나 같은 바람이라도 자기 멋대로 혼자 신명나는 경우와는 달리 남녀 둘 다 황홀의 경지에 이르는 건 확연히 다르다는 걸 〈돈 후안과 카사노바〉를 통해 설파해보았다. ‘국민재산이동 관리’란 모든 도둑의 별칭이라 그런 범죄의 음습한 경지를 다룬 글이다. 〈금빛 게으른 울음〉과 〈눈동자와 입술〉은 내가 가장 아끼고 싶은 서정적인 글쓰기의 전형이다. 그야말로 사무사(思無邪)의 경지다. 〈소설 깊이 읽기 모임〉은 내가 경애하는 작가 조정래의 《태백산맥》 동호회 방문기다. 맨 뒤쪽에 실린 글들은 내 신변잡기로 고향 이야기와 대학 생활, 그리고 존재의 영원한 고향인 어머니에 관한 애도의 글이다. 항상 책을 낼 때마다 더 정성 들일 걸 후회하지만 미련은 버리련다. 여러 면에서 오랜 선배이자 형님인 범우사의 윤형두 회장과 그 계승자 윤재민 사장, 범우사 편집부에 두루 고마운 마음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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